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30~40% 수준에 그친다. 나머지가 마이크로프로세서, 로직, 센서 등 시스템반도체다.
국내 반도체 산업은 메모리에 지나치게 편중돼 있다. 정부는 지난 10년 이상 시스템반도체로 대표되는 팹리스 업체 육성 정책을 펼쳐왔지만, 대표 기업 매출액 수준으로 평가하면 결과는 성공적이라고 말하기 힘들다. 대부분 업체가 제품군이 다양하지 않고 주요 고객사가 국내 대기업 한 두곳에 몰려 있다. 불안한 사업구조다.
한국이 정체 국면에 빠져 있는 사이 후발주자인 중국은 풍부한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시스템반도체 분야를 크게 성장시켰다. 주요 업체 매출액 규모로 보면 중국 업체가 한국보다 규모가 16배나 크다는 조사업체 보고서도 나왔다.
업계에선 인공지능(AI) 시대로 접어드는 지금이야말로 새로운 발전 전략을 짜야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 같은 목소리를 받아들여 한국반도체산업협회와 함께 창업·설계·디자인·시제품 제작까지 라이프사이클을 지원하는 '시스템반도체 활성화 지원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플랫폼 구축 작업에는 국내 다양한 반도체 디자인하우스 업체가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팹리스가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테스트 시제품을 만들고 양산까지 할 수 있게끔 돕는 것이 골자다.
산업부는 AI 반도체를 중심 축으로 새로운 연구개발(R&D) 예산 확보에도 나선다. 올 상반기 중 다양한 과제를 기획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신청할 계획이다.
학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국 반도체가 세계를 호령하고 있지만, 시스템반도체는 여전히 육성해야 할 성장산업”이라면서 “정부 육성 정책과 함께 개별 기업의 혁신 노력도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