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이 처음 도입된 것은 1987년이다. 1981년에 설립된 공정거래위원회와 사실상 역사를 같이한다.
공정위가 최근 공개한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 도입은 국내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을 해결하기 위해 도입됐다.
보고서는 “1970년대부터 대기업 중심의 중화학공업 육성 정책이 실시되면서 1970년대 후반 이후 여러 계열사를 거느린 대기업의 영향력이 커지기 시작했다”면서 “경제력 집중에 대한 경제 정책의 필요성이 요구됐다”고 밝혔다.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 첫 도입 때 기준은 '자산총액 4000억원 이상'이었다. 이 기준은 1987~1992년 6년 동안 유지됐다. 이 기간에 대기업집단은 32개에서 78개로 2배 이상 급증했다.
대기업집단이 급증하면서 공정위는 관리 효율 차원에서 지정 대상을 줄이기로 하고 지정 기준을 '자산 순위 상위 30위'로 변경했다. 종전의 '자산 총액 기준'을 '순위 기준'으로 바꾼 것이다. 그러나 순위 기준은 10년을 채 버티지 못하고 다시 자산 총액 기준으로 변경됐다.
보고서는 “경제력 집중을 가리키는 변수로는 총자산, 총고용, 총부가가치, 총매출액 등 여러 가지가 있다”면서 “경제력 집중 척도를 판단하는 합리 기준 없이 단순히 자산 기준만으로 상위 30대 기업집단만 획일 규제를 하는 것에 문제가 제기됐다”고 기준 변경의 배경을 설명했다.
2002년에는 대기업집단 기준을 '자산 총액 2조원 이상'으로 변경했다. 경제력 격차가 현격한 상·하위 집단에 순환출자제를 동일하게 규제한다는 지적을 반영, 출자총액제한기업집단(5조원)과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2조원)을 차등 지정했다. 또 다른 대기업이 공기업과 비교해 역차별 받는다는 비판을 고려, 공기업을 새로 대기업집단에 포함했다.
2009년에는 자산 총액 기준을 5조원으로 높였다. 이후 2016년 경제 여건 변화를 반영해 자산 총액 기준을 10조원으로 높이면서 10조원 이상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5조원 이상은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이원화했다. 제도 도입 취지와 어긋난다는 비판 등을 고려, 공기업은 대기업집단에서 제외시켰다.
지난 30년 동안 대기업집단 숫자가 가장 적은 시절은 순위 기준을 적용하던 1993~2001년(30개)이다. 가장 많은 때는 자산 총액 2조원 이상을 적용하던 2008년(79개)이다.
현재 규정으로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바꿀 수 있는 시점은 내년이다. 공정위는 2016년에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변경하면서 '3년 주기'로 지정 기준의 타당성을 재검토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국회가 관련 공정거래법을 통과시키지 않으면 현재의 지정 기준은 안 돼도 내년 중순까지 유지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변경된 기준에 따라 대기업집단을 처음 지정한 것은 지난해”라면서 “기준을 당장 또 바꾼다면 기업 입장에서 불이익이 생길 수 있으니 최소한 지난번에 마련한 '3년 주기'의 기간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