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칼럼]미래의 뇌, 한국도 백년대계 그려야

[전문기자칼럼]미래의 뇌, 한국도 백년대계 그려야

해외 TV 퀴즈쇼 '제퍼디'에 IBM 인공지능(AI) 왓슨이 출연했다. 4차 산업혁명의 브레인으로 불리는 AI가 우리 생활에 과연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보여 줬다.

제퍼디는 미국의 역사, 예술, 문화, 과학, 스포츠 등 여러 주제를 다루는 퀴즈 프로그램이다. 왓슨의 능력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속도와 정확도가 놀라웠다. 인간 천재를 물리치고 왓슨이 우승했다.

왓슨은 의료 학술지나 사례, 어문사전, 백과사전, 문학작품, 뉴스 기사, 다른 데이터베이스(DB)로부터 수백만건의 문서를 제공받았다. 왓슨은 90대의 IBM 파워750 서버로 이뤄져 있다. 각 서버는 3.5㎓ 속도를 보유하고, 코어별로 4개의 명령 처리 체계로 돼 있다. 300개의 파워7 프로세스 스레드와 16테라바이트의 메모리를 갖췄다. 1000만권이 넘는 책을 단 1초 만에 읽고, 사진을 찍은 듯한 기억력으로 순식간에 필요한 내용을 기억한다.

지난 100년 동안 고도의 기술력이나 지식을 요하는 의학, 컨설팅, 재무 설계, 자문 등 서비스업은 급속히 발전했다. 상위 1%의 사람은 자신의 부를 과시하기 위해 여행 또는 기타 활동 일정을 조율하는 컨시어지 서비스를 받거나 개인 비서를 두기도 한다. 은행도 프라이빗 뱅커(PB)를 전면에 배치하고 모든 투자와 은행 업무에 관해 일대일 조언자 역할을 하면서 이런 수요에 맞춰 준다.

그러나 최근 AI가 떠오르면서 전통의 금융 인프라와 플랫폼은 종말 위기에 처했다. 돈을 만지고 벌어 주는 일을 로봇이 대체하는 작업이 시작된 것이다.

최근 금융사들이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의 대중화도 머지않았다.

로보어드바이저는 로봇과 투자자문가(어드바이저)의 합성어다. 컴퓨터 알고리즘이 고객 데이터와 금융 빅데이터를 분석, 개인별 투자 포트폴리오와 상품을 추천한다.

국내뿐만 아니라 이미 해외 글로벌 은행도 로보어드바이저를 채택하기 시작했다.

온라인 전문 증권사 찰스슈와브는 지난해 자체 개발한 로보 서비스를 개인 고객, 독립 투자자문업자에게 제공하는 플랫폼을 출시했다. 뱅가드도 로보어드바이저 전문 자문사를 자회사로 설립, 다양한 포트폴리오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미국에만 200여개의 로보어드바이저 기업이 성업하고 있다. 한국도 핀테크 산업이 개화기를 맞으면서 많은 사업자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2018년 AI 산업은 세계의 수많은 기업이 참여하는 전쟁터가 됐다. 금융에서도 단순 서비스가 아닌 플랫폼을 장악하기 위한 글로벌 별들의 전쟁이 한창이다.

구글,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 등 디지털 기업이나 뱅크오브아메리카·페이팔 등 금융 서비스 기업의 참여는 당연하다. 토요타, 포드 등 자동차 제조사까지 미래 브레인을 쟁취하기 위한 보이지 않는 경쟁에 뛰어들었다.

한국도 4차 산업혁명의 일환으로 AI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초기 단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투자 측면에서도 비교조차 되지 않고, 민간이 아닌 정부 주도 프로젝트가 다반수다. AI에 대한 강력한 투자와 중장기 프로젝트가 필요하다.

금융 분야만 해도 단순 보조 역할이 아니라 리스크 관리, 업무 개선까지 AI를 적용한다. 다양한 기술을 융합할 수 있는 오픈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 전략도 필요한 시점이다. 이미 AI는 우리 주변의 매우 가까이에 와 있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