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인상되면서 이동통신판매, 소프트웨어(SW), 스타트업 등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전반에 타격이 현실화하고 있다.
소상공인, 영세 사업자 위주인 ICT 업계는 높아지는 고용 비용에 구조가 다른 직종보다 취약하다. 대기업에는 상생을 요구하고, 정부에는 실효성 있는 지원 대책을 요구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ICT 유통업계 소상공인은 인상된 최저임금 7530원 기준에 따라 지난달 임금 지급을 완료하면서 한숨이 깊어진다. 최저임금 인상을 현실로 받아들이면서도,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2만4000개 휴대폰 유통점 '위기'
이동통신 유통업계가 대표 사례다. 전국 유통점은 대리점 9000여개와 판매점 1만5000여개를 합쳐 전국에 약 2만4000개로 추산된다. 휴대폰 유통업계 고용만 10만명이 넘는다. 최근 휴대폰 유통업계 수익은 제자리인 반면, 비용 부담은 늘었다.
휴대폰 판매는 노하우와 전문성을 요구하는 직종이다. '기본급+인센티브' 구조다.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영세 판매점 기본급은 최저임금 기준에 맞춰 설정돼 있는 경우가 많다.
유통망의 핵심 수입원은 이동통신사가 휴대폰을 판매 실적에 따라 지급하는 '판매 장려금'이다. 이동통신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등 여파로 수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최저임금이 높아지면서 비용만 높아진 상황이다.
서울의 한 휴대폰 판매점 사장은 “최저임금인 시급 7530원까지는 버텨볼만 하다”면서 “주변 사장들과 2~3년 내 1만원까지 간다고 보면 미리 직원수를 1~2명가량 줄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린다”고 말했다.
◇스타트업, O2O에 직격탄
최저임금 인상에 스타트업도 긴장하고 있다. 배달 앱을 포함한 온·온프라인 연계(O2O) 업종이 직격탄을 맞았다. 최저임금과 배달기사(라이더) 시급 간 격차가 크게 줄면서 라이더 이탈 개연성이 커졌다. 일부 업체는 라이더 시급을 높이기 위해 서비스 비용을 올리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영업 환경도 팍팍해졌다. 인건비 부담으로 시름하는 자영업자가 늘면서 신규 고객 확보에 적신호가 켜진 것이다. 직원 근무시간을 줄이는 곳도 있다. 최저임금을 맞춰주기 위해서다. 줄어든 시간은 대표가 직접 일한다. 직원을 프리랜서 형태로 근무시키는 스타트업이라면 공통적으로 겪는 어려움이다.
스타트업 업계에 부는 정규직 바람에도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배달, 숙박, 가사 서비스 분야에는 특수고용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려는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서비스 질 향상을 위한 포석이다. 그러나 최저임금 상승 이후 속도 조절에 들어간 업체가 늘었다.
막연한 불안감에 시달리기도 한다. 초기 스타트업은 일에만 집중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다른 부분에 신경 쓸 여력이 없다. 최저임금 이상 급여를 챙겨줄 형편도 안 된다. 직원 모두를 자율 근무제로 돌리고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스타트업이 늘고 있다. 인력 충원을 중단하고 남은 직원들이 일당백 역할을 떠안은 스타트업도 생겨났다.
◇ICT로 허리띠 졸라매기도
ICT로 해결책을 모색하는 유통업계 노력도 등장했다. 모두 고용 전반에는 악영향일 수밖에 없다. 편의점 등 일부 업종은 무인 매장으로 인력을 대체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인건비 상승에 부담을 느낀 사업자들이 고용을 줄이는 역효과가 나타난 셈이다.
상품 유통 단계를 축소해 비용 절감에 나서는 한편 인력, 재고, 판매관리 부문에서 경영 효율화를 추진한다. 사업 부문을 다각화해 새로운 수익 모델을 확보하는 데도 안간힘이다. 최저 임금 상승에 따른 이익 감소를 최소화하기 위한 고육책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업황이 좋지 않은 가운데 인건비 부담만 늘었다”면서 “인건비 상승에 부담을 느낀 사업자들이 고용을 줄이거나 무인매장을 도입하는 등 부담을 줄이는데 혈안”이라고 전했다.
소프트웨어(SW)와 시스템통합(SI) 업계 상황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그러나 전체 기준 급여 상승으로 인한 비용 부담 우려는 마찬가지다.
'2017 SW기술자임금실태조사'에 따르면 최저임금을 받는 인력 비중은 2.7% 수준이다. 하지만 중소 SI 업계를 중심으로 최저임금 인상 과정에서 전 직원 동반 임금인상 이슈가 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저임금 시행으로 인해 순차적 전 직원 임금상승을 우려하는 기업도 일부 있다”면서 “인건비 상승에 따른 SW사업대가(사업비용) 상향 조정 등 근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ICT와 유통분야는 대기업과 소상공인 계약 구조가 산업을 지탱한다. 소상공인이 저비용 구조로 판매 현장을 책임지고 있지만, 대기업은 비용 효율화 이슈가 맞물리며 수익이 늘지 않는 구조다. 최저 임금 부담을 영세 소상공인이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휴대폰 유통업계는 상생과 실효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 관계자는 “대기업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매뉴얼을 제시하고, 유통을 책임지는 현장과 상생 차원에서 소상공인 경영자금 지원 등을 검토할 수 있다”면서 “삼성전자 등 일부 대기업이 협력사에 자금을 지원하고 교육하는 사례를 ICT 유통업계 전반으로 확산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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