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도체 디스플레이 대기업이 장비·재료·부분품 협력업체 신제품 개발을 돕기 위한 '양산라인 개방' 약속을 이행한다. 지난 2월 산업통상자원부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DB하이텍,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를 주축으로 출범한 '반도체 디스플레이 상생발전위원회'의 핵심 활동 가운데 하나다. 대기업 공장에서 장비와 재료 등을 테스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국산화율을 높이자는 것이 이 활동의 취지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15일 국내 반도체 디스플레이 장비·재료·부분품 업체를 대상으로 성능평가 품목에 대한 수요조사 공고를 냈다. 제출기한은 다음달 5일까지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 공정에서 활용되는 모든 품목을 제안할 수 있다.
제안 품목이 대기업 공장에서 실제 테스트를 받을 수 있을 것인가의 여부는 선정위원회와 수요기업 평가를 거친다. 이후 생산 적용, 양산 평가 등을 거치면 인증서가 발급된다. 기술을 갖췄다면 대기업과 공급 계약을 맺을 수 있는 기회가 열린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양산라인에 도입되는 장비, 재료는 실제와 동일한 공정 환경에서 테스트를 거쳐야만 문제점을 고치고 완성품으로 출하될 수 있다. 그러나 후방 산업계에선 이 같은 테스트를 받는 것 자체를 일종의 '진입장벽'으로 여겼다.
업계 관계자는 “성능평가는 대기업 공장 내 일부 라인의 장비 예방보수(PM) 시기에 받는 것이 일반적인데 그 시간이 매우 제한적이어서 기회가 많이 없다”면서 “기존 거래관계가 없는 중소업체의 경우 이런 기회를 잡는 것이 바늘구멍 통과하는 것보다 어렵다는 인식이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분야에선 협회를 중심으로 지난 2007년부터 성능평가 사업을 수행해왔으나 이 같은 이유로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연간 평가 건수가 10회 미만에 그쳤다. 그러나 올해 초 백운규 산업부 장관을 중심으로 상생발전위원회가 출범하면서 국내 반도체 디스플레이 대기업은 연간 총 100건의 성능평가를 수행키로 약속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대기업이 치열한 글로벌 경쟁 속에서 자사 제품 생산을 일부 줄이고 후방 산업계에 자원을 할당하는 파격 조치를 취했다”면서 “국내 장비, 재료, 부분품 업계가 이 같은 기회를 활용해 세계적인 강소 기업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