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자회사 부당지원 그만”… 성난 티엘아이 소액주주들

김달수 티엘아이 대표.
김달수 티엘아이 대표.

팹리스 반도체 전문업체 티엘아이가 소액주주들의 거센 항의에 직면했다. 이들은 회사 실적·주가하락을 문제 삼으며 패키지 전문 자회사 윈팩에 부당 지원을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티엘아이 지분 1.9% 이상을 소유한 주주 이송우씨는 최근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 주주제안 의안상정가처분 신청서를 냈다. 지난해 12월 주주제안 형식으로 요구한 여러 주총 안건 중 상근감사로 이씨를 선임하는 의안만이 상정되자 이 같은 가처분 신청서를 낸 것이다.

법원은 가처분신청 판결에서 일부 이씨의 손을 들어줬다. 이사 보수한도를 40억원에서 5억원으로 줄이는 안과 주식 1주당 0.2주 배당 안이 이달 28일 열리는 주총 안건으로 추가 상정됐다.

이씨는 “계속된 적자에 따른 경영진 보수 삭감, 주식 거래량 확대 등을 위한 주식배당 안을 제안했다. 지난해에도 여러 안건이 주주제안 형식으로 상정됐으나 모두 부결됐다. 올해는 전자투표 등을 통해 많은 소액주주들이 적극 참여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티엘아이 주력 사업은 디스플레이 구동 드라이버IC 등이다. LG디스플레이가 고객사로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5% 이상이다. 2016년 10억원의 영업적자로 전환한 뒤 지난해에도 3억원 적자를 내며 턴어라운드에 실패했다. 신규 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는 낸드플래시 컨트롤러 IC 분야에서 오랜 기간 성과가 나지 않으면서 디스플레이 구동칩으로 낸 이익을 갉아먹고 있는 형국이다.

소액주주들이 가장 크게 문제 삼는 건 티엘아이가 자회사 윈팩에 지원하는 것이다. 지난 몇 년간 부당한 지원을 계속해 왔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윈팩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적자 상태다.

지난해 2분기 티엘아이는 윈팩 기계장비를 30억원에 매입했다. 이 기계장비 장부가격은 26억원. 별도 감정평가 없이 30억원에 매입한 것을 주주들은 문제삼았다. 장비는 여전히 윈팩이 쓰지만 별도 사용료를 내지 않는다. 티엘아이는 대신 윈팩이 자사 칩을 임가공할 때 지불하는 비용을 깎았다고 설명했다.

작년 8월에는 돌아오는 윈팩 전환사채(CB) 60억원을 막기 위해 새로운 CB 발행 조건으로 오너인 김달수 티엘아이 대표가 개인돈 30억원을, 또 다른 티엘아이 자회사 센소니아가 15억원을 넣었다. 이 과정에서 티엘아이는 6개월치 임가공비 20억원을 윈팩에 사전 지급하는 형식으로 돌아오는 CB 조기상환 요구에 대응했다. 이씨 등 소액주주들은 이 같은 결정이 명백한 배임에 해당한다며 반발했다.

티엘아이 측은 “회사 칩 임가공을 윈팩이 하고 있기에 경영상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