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메탈3D프린팅(M3P)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정부는 2015년 말부터 3개년 계획으로 300억원 이상을 투입하는 '산업 실용화를 위한 고성능 3D 프린팅 시스템 및 소재 개발' 사업을 벌이고 있다. 반가운 소식이다.
과제에는 한국기계연구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이 참여해 융합연구 형태로 진행한다. 기계연과 산하 재료연구소가 각각 3D프린터 장비 및 분말 소재 개발을 맡고, 생기원과 ETRI가 공정기술과 전자재료 개발을 맡았다. 분업이 매우 잘 이뤄진 케이스다.
이 과제는 평가 기준이 기술 자체가 아니라 '기술료 수입'이다. 의아하지만 지금까지의 국내 산업 동향을 감안하면 이해된다.
국내 3D프린팅 산업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대부분 중소기업이 참여한 터라 큰 투자가 어려웠다. 아직까지 대기업이 발을 들였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가장 큰 문제는 아직 시장이 열리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한 때 붐을 타기는 했지만 산업용으로 쓸 수 있는 메탈 3D 프린터는 대학과 연구소에서 실험용으로 한두 대 갖추는 선에서 그쳤다. 교육용으로 보급된 제품은 대부분 플라스틱 소재를 사용하는 저가형 제품이었다.
산업용 메탈 3D프린터 개발사 상당수가 판로를 개척하지 못해 개점휴업 상태다. 기대를 모으던 의료기기 분야도 아직 초보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 입장에서는 시장 활성화 방안이 절실할 것이다.
기계연 등이 개발한 장비와 기술은 이미 상당한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평가된다. 기계연이 개발한 DED 프린터는 국내 최대 규모다. 1.8×1.0×1.0m 크기의 조형물까지 제작할 수 있다.
신개념 PBF 프린터도 개발했다. 레이저를 2개 사용해 정밀도를 높이면서도 프린팅 시간을 줄일 수 있도록 고안했다. 30㎛ 레이저로 정밀한 부품 제작이 가능하고, 레이저 무빙이 가능하도록 설계해 프린팅 범위는 대폭 확대했다. 이 같은 방식은 세계에서도 처음으로 보인다.
생기원은 금속 분말 소재 배합 또는 투입량과 시간 등을 조절하는 공정 제어 기술을 개발했다. 프린팅 속도를 몇 배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기술이다.
우리나라를 M3P 강국 반열에 올려놓기에 충분한 장비와 기술이다. 관건은 어떻게 보급하느냐다. 개발 기관도 이를 위한 애플리케이션(앱) 개발에 많은 시간과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
공기가 통하는 자동차용 쿨링 채널을 디자인해 제시한다든가 잠수함용 고가 부품을 수리할 수 있는 방안 등을 고안하기도 했다. 고객을 설득하고 테스트를 거쳐서 검증까지 해야 하는 등 절차가 까다롭다. 비용도 만만치 않다.
문제는 인력 양성이다. 3D 프린터를 활용해 기존에는 없던 제품을 만들어 내거나 효율을 높이는 등 새로운 부가 가치를 창출할 전문 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과거처럼 단순 프린팅 기술자 양성을 위한 교육이 아니라 고부가 제품을 설계해 낼 기계공학 또는 디자인 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 아직은 3D프린팅을 산업 현장에 직접 적용하려면 어려운 과제가 남아 있다. 더 많은 투자와 인재 양성 과정이 필요하다. 이제라도 국내 기술로 3D프린팅 산업을 이끌어 갈 수 있는 희망이 생겼으니 감사한 일이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