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산업계가 협회 중심으로 '환경안전협의회'를 만든다.
그동안 사회 이슈로 부각된 반도체 환경안전 문제를 체계화해서 연구하고 정책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주요 역할이다. 미국과 일본 등 해외 사례도 연구한다. 연구 과정에서 개선이 필요한 사안이 나오면 이를 바로잡는 작업도 병행한다.
과도한 규제 움직임에도 공동 대응한다. 지금까지는 개별 기업이 이 같은 사안에 대응해 왔지만 목소리를 내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 관계자는 21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같은 반도체 생산업체를 주축으로 환경안전 분야 협의회를 만들기로 큰 틀의 합의를 끌어냈다”면서 “연구 및 활동 재원 조달 방안 등 주요 논의가 끝나는 대로 협의회를 공식 발족하고 활동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협의회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소자기업이 중심이 되고, 관련 장비, 재료 업체도 참여해서 운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변호사와 관련 학과 교수, 주요 연구소 전문가 등도 자문위원 자격으로 참여한다. 협회는 경제단체인 한국경영자총협회 내 기업안전환경협의체와도 공동 대응 체계를 확립할 예정이다.
협의회는 △정책 현안 논의와 대응 전략 결정 △이슈별 전문가 자문 및 외부 연구 용역 추진 등을 주요 활동 목표로 잡고 있다. 반도체 산업계는 협의회 활동을 계기로 일방으로 흘러가고 있는 반도체 환경안전 규제에 관한 압박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예로 최근 여당 의원 중심으로 '화학물질안전보건자료(MSDS) 영업비밀 사전심사제도' 같은 규제 입법 활동이 계속되고 있다. 이 제도는 영업비밀 여부 판단을 기업이 아닌 외부 위원회가 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산업계는 이 법이 통과되면 심사 소요 시간과 비용 등으로 산업 경쟁력이 현저히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심사 과정에서 심각한 기술 유출이 일어날 수도 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첨단 산업은 '신물질'이 공정 경쟁력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협의회는 추후 직업병 관련 문제에도 대응할 계획이다. 반도체 생산 라인과 희소병 발병은 오랫동안 논란이 지속돼 왔다. 그러나 국내외 여러 연구 조사에서 모두 통계상의 유의성이 발견되지 않았다. 삼성전자의 경우 산업안전보건공단 조사 결과 국내 반도체 근로자의 암 사망률은 일반인 대비 0.74로 더 낮은 수준임에도 외부 여론에 떠밀려 산재보험법과 별개의 보상을 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김수근 성균관대 의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지난 10년 넘게 산업계가 외부 여론에 안일하게 대처한 탓에 청정 반도체 산업이 마치 죽음의 산업처럼 비춰지고 있어 안타깝다”면서 “협의회 구성이 늦은 감은 있지만 지금이라도 정확한 사실에 기반을 두고 오해를 풀어 나가야 한다”고 기대감을 표명했다.
반도체 산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기업 경영진이 이 사안에 깊은 관심을 두고 대응해야 제대로 된 결과물이 나올 것”이라면서 “협의회에는 대기업뿐만 아니라 협력사를 포함,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