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지 않고 경쟁사 보다 반 발짝 앞서간다.'
디스플레이·반도체 장비업체 에이아이코리아가 2003년 창립 이후 줄곧 지켜온 기업 모토다. 에이아이코리아는 부품 정밀가공 사업에 첫 발을 내딛은 이후 세정 장비 사업으로 활동 반경을 확대하고 있다.
디스플레이·반도체 시장에서 2015년 세정장비 후발 주자로 뒤늦게 뛰어들었지만 기술력을 앞세워 2016년 3분기 이후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창업 이후 10년 동안 20억원대 매출에 머물다가 2016년 매출 100억원, 2017년 150억원을 달성했다. 회사는 올해 매출 목표를 2배 성장한 300억원으로 잡았다.
회사는 지난 2년간 OLED 모듈 건식 세정장비를 토대로 비약 성장을 일궜다. 초기 OLED 시장 수요를 일찍이 눈여겨보고 대기업 플라즈마·초음파 등 건식 세정장비에 과감하게 선행 기술 투자를 진행한 덕분이다.
특히 OLED RGB 유기 재료층은 물에 취약한 특성을 갖고 있다. OLED 기판 위에 있는 미세 입자를 습식 세정장비로 제거하면 OLED 모듈 공정 수율에 악영향을 준다. 디스플레이 업체 입장에선 OLED 공정 생산성을 높여 선두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선 성능이 좋은 건식 세정장비 도입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회사는 2015년 전환기를 맞는다. 박사급 플라즈마 전문 인력을 대거 채용하고 소형 OLED 모듈 공정을 타깃으로 한 대기압 플라즈마 건식 세정 장비 개발을 시작했다. 15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당시 대기압 플라즈마 건식 세정장비 경쟁 업체들이 활동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시장 진입은 녹녹치 않았다.
하지만 회사는 저온 플라즈마 기술력 확보에 승부수를 띄웠다. 기존 경쟁사 대기압 플라즈마 건식 세정 장비의 전극발열 온도는 100℃ 이상으로 고온이었다. 에이아이코리아는 전극발열 온도를 50℃ 이하로 낮추는데 초점을 두고 개발, 결국 성공했다. 폴리이미드 필름 기반 OLED 공정에서 편광필름은 온도에 매우 민감한 특성을 갖고 있다. 50℃ 이상 세정 공정에선 변형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라미네이팅 등 후속공정에 차질을 줘 전체적으로 OLED 모듈 생산성이 떨어진다.
비록 세정 장비 후발 주자였지만 에이아이코리아 기술력은 2016년 3분기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 장비실무담당자 마음을 움직였다. 60억원 이상 물량에 달하는 플라즈마 건식 세정 장비를 납품한 것이다.
회사는 올해 또 하나의 성장동력을 내놓았다. 소형 OLED 모듈 건식 초음파 세정장비(USC)를 개발, 국내외 디스플레이 업체에 납품하기 시작했다. 이 장비는 0.5㎛ 미세입자까지 제거, 미세입자 제거율이 99.9%에 달한다. OLED 모듈 공정은 미세한 입자관리가 수율 향상과 직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에이아이코리아 USC는 10㎜ 간격에서도 미세 입자를 제거, 초음파 파장에 따른 진동을 줄여 OLED 기판 손상을 최소화하는 장점이 있다. 간섭성을 유지하면서 단일 종축모드 초음파 발생 기술을 확보했다.
회사는 올해 소형 OLED 모듈 건식 세정장비부터 중·대형 OLED 건식 세정장비까지 제품군을 다양하게 갖출 계획이다.
특히 지난 2년간 대기업 플라즈마 건식 세정 장비에 집중한 경영 성과와 마케팅 노하우를 토대로 대·중·소형 OLED USC 시장 공략에도 역량을 쏟는다. 가격과 기술경쟁력을 앞세워 외산 장비 수요를 대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한다.
회사는 또 올해를 해외시장 진출 원년으로 삼았다. 중국 잉허 그룹(YINGHE)과 중국 혜주 한·중 산업협력단지에 중국 현지 생산거점인 합작사 '싱허반도체유한공사' 법인을 세웠다. 내년 3월 합작사 생산 설비를 완공해 중국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물량을 공급할 계획이다. 중국 반도체·디스플레이 사업 활성화에 역점을 둔다.
<인터뷰> 안진호 에이아이코리아 대표
“경쟁력 있고 팔 수 있는 제품만을 만듭니다.”
안진호 에이아이코리아 대표가 고객에게 항상 약속하는 다짐이다. 에이아이코리아는 다년간 축적한 정밀 가공기술을 바탕으로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시장에서 계속 성장하는 기업을 꿈꾸고 있다.
그는 현대전자(현재 SK하이닉스) 출신이다. 1994년 현대전자에 입사해 일본 반도체 장비 업무를 맡았다. 2년 뒤 회사를 퇴사하고 시바우라·IHI등 일본 기업에 근무하다 2003년 8월 에이아이코리아를 창업, 정밀 부품 가공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 상황은 녹녹치 않았다. 이미 국내 반도체 정밀 가공 산업은 국산화 기반을 갖춘 터였다. 안 대표는 많은 경쟁 업체와 마주 앉아야 했다. 반도체 부품 가공에 많은 시간과 손이 들어가는 데 비해 부품 납품 가격은 턱없이 낮았다.
심지어 공장에 화재가 발생, 경영난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승부사였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 분야에서 10여년 넘게 터득한 경험을 바탕으로 절호의 기회를 잡기로 했다. 곧 OLED 시대가 열릴 것으로 내다보고 2015년 대기업 플라즈마 세정장비 개발 인력에 과감히 선투자한 것이다. R&D 인력이 전체 직원 25%를 차지할 정도였다.
안진호 대표는 “중국 합작사 설립을 계기로 OLED 장비 이외에도 2차 전지·반도체 장비 포트폴리오를 형성하고 지속적인 품질혁신으로 오는 2022년 기업을 상장시키겠다”고 말했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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