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판매점 두 곳이 아이폰X(텐) 구매자에게 불법 지원금(페이백) 지급을 약속하고 할부금을 선불로 받아 챙겨 달아난 대규모 사기사건이 발생했다. 전체 피해 규모는 16억원가량으로 추정된다.
판매점 소재지는 인천광역시 부평구이지만 피해자는 인천·서울·전라도·경상도 등 전국으로 퍼져 있는 것으로 확인, 추가 피해 사례가 접수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에 따르면 3일 피해 대리점과 피해 소비자는 변호사를 선임하고 H판매점 주인 한 씨와 B판매점 주인 김 씨를 각각 형사고발했다. 피해자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개설하고 피해 사실을 공유했다.
고발장이 접수된 경찰서는 △부평경찰서 △순천경찰서 △삼산경찰서 △청주경찰서 △서울 금천경찰서 등 최소 다섯 곳이다.
H판매점은 △SK텔레콤 대리점 4곳 △KT 대리점 5곳 △LG유플러스 대리점 4곳과 계약, 휴대폰을 판매했다. 점주 한씨는 500명 고객에게 할부금 55만원을 우선 지불하면 3개월 이후 전산상 잔여 할부금을 모두 없애주겠다고 약속했다.
B판매점 김씨도 H판매점과 동일한 수법으로 260명 고객에게 사기판매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 대리점은 H판매점과 B판매점이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하고 이 같은 사기행각을 벌인 것으로 추정했다.
현재까지 접수된 H·B판매점 사기 피해자는 총 760명 규모로 피해액은 15억9600만원 수준이다. 소비자가 매장에 지불한 단말기 할부금 55만원, 전산에 기록된 할부금 155만원 등 인당 피해액은 210만원 정도로 추정된다.
피해자는 “계약서에 사업자번호가 찍혀 있는 직인과 내용을 확인한 후 약속한 현금을 지불하고 개통했다”면서 “판매점 주인은 한 씨는 아무도 모르게 폐업신청을 하고 밤에 달아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 씨는 도주 이전 800원만 남겨 놓고 통장 잔액을 모두 인출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H·B판매점 수법은 대규모 페이백을 약속했다는 점에서 2012년 거성모바일 페이백 사기 사건과 사실상 동일하다.
거성모바일 사건은 휴대폰 판매자가 페이백을 약속하고 휴대폰을 판매, 4000여명의 피해자로부터 23억여원(경찰 추산)을 가로챈 사건이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관계자는 “개통만 완료하고 고객에게 휴대폰을 전달하지 않은 사례도 약 50건 정도 파악됐다”면서 “지난달 30일 사건이 접수된 것이기 때문에 피해 규모는 지속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피해 규모가 거성모바일 사건 이후 최대라고 밝혔다.
방통위는 관계자는 “피해 규모가 크다”면서 “휴대폰 사기판매 가능성이 큰 판매점에 대해 점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방통위는 이날 이통 3사 관계자를 정부과천청사로 긴급 호출, 추가 이용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리점에 대한 교육과 모니터링을 철저히 하도록 당부했다.
이통사도 H·B 판매점 사기 사건을 주요 유통점에 공유, 추가 피해자 파악을 요청했다.
하지만 페이백 지급 계약이 불법인 만큼 피해자 구제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법원은 불법 판매인 것을 알고 휴대폰을 구입할 경우 발생하는 피해에 대해서는 보상을 받을 수 없다고 판결한 바 있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