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코리아가 아이폰 출고가를 인하하며 10년 동안 단 한 차례도 이동통신 서비스 사업자에게 재고 보상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전자·LG전자가 이통사와 협의, 단말기 출고가 인하 금액의 80~90%를 보상하는 것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이에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2016년 애플의 재고 보상 거부를 불공정 거래 행위로 간주, 사실 조사와 현장 조사에 착수하고 제재를 예고한 바 있다.
그러나 애플코리아는 공정위 조사 이후에도 이 같은 행태를 지속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통사에는 '비밀유지계약'를 이유로 외부에 이 같은 사실을 알리지 못하도록 요구했다.
애플코리아는 2016년 10월 아이폰7 시리즈 출시 이후 지난해 9월 출고가를 인하했지만 이통사에 재고 보상을 하지 않았다.
애플코리아가 아이폰7 시리즈 출고가를 약 10만원 인하했지만 이통사 판매 가격은 2016년 10월 출시 이후 1년 7개월째 요지부동이다.
이통사 아이폰7 시리즈 판매가(86만9000~115만2800원)가 애플스토어 판매가(78만~109만원)보다 6만~9만원 비싸다.
이와 달리 삼성전자는 1일 이통 3사와 갤럭시S8 출고가를 93만5000원에서 79만9700원으로 동시에 낮췄다. 이는 삼성전자와 이통사가 사전에 재고 보상 방안에 합의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에 앞서 LG전자도 2016년 10월 이통 3사와 협의, G5 출고가를 83만6000원에서 69만9600원으로 동시 인하했다.
애플코리아가 재고 보상을 하지 않아 구형 아이폰 인하 금액, 인하 시기는 천차만별이다. SK텔레콤 아이폰6S 32GB 출고가는 106만5900원으로, LG유플러스(58만800원)보다 48만5100원 비싸다. 애플코리아 판매가(78만원)와도 28만원 이상 차이 난다.
이통사 고위 관계자는 “애플은 10년 동안 아이폰 출고가 인하에 따른 재고 보상을 한 사례가 전무하다”면서 “애플코리아, 이통사마다 동일 기종의 구형 아이폰 가격이 제각각인 건 애플코리아의 재고 보상 거부 방침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삼성전자·LG전자와 달리 애플코리아는 '재고 보상 불가'라는 입장을 지속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관계자는 “애플만 유일하게 출고가 인하에 따른 재고 보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공정위가 강도 높은 제재로 애플코리아의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이통사 관계자는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거래상의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하여 상대방과 거래하는 행위를 금지한다고 돼 있다”면서 “공정위가 애플코리아의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해 하루빨리, 실효성 있는 제재를 부과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한편 애플코리아는 △한국에서만 차액 보상 불가 방침을 고수하는 것인지 △이통사와 협의해서 출고가를 함께 인하할 순 없는 것인지 등을 묻는 질문에 아무 답변도 하지 않았다.
애플코리아와 이동통신 3사가 판매중인 구형 아이폰 가격 (단위=원)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