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매출액 1조원을 넘긴 반도체 디스플레이 장비 업체가 세 곳이나 나왔다. 대기업의 투자 확대에 힘입은 결과다. 올해는 디스플레이 투자가 꺾일 것으로 관측되면서 주요 업체가 신 고객, 신 장비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세메스(2조251억원), 에스에프에이(1조9203억원), 톱텍(1조1384억원) 3개사가 조 단위 매출을 기록했다. 2015년 처음으로 매출액 1조원 고지를 넘은 세메스는 지난해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의 투자 확대에 힘입어 국내 장비 업체 가운데 최초로 연 매출 2조원을 넘어섰다.
에스에프에이는 2조원에 약간 못 미치는 연간 매출을 기록했다. 반도체 패키지 공정을 수행하는 에스에프에이반도체의 매출 4496억원을 연결 매출로 합산하고, 디스플레이 분야 매출액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톱텍 역시 삼성디스플레이의 베트남 후공정 증설 투자 효과에 힘입어 처음으로 매출액 1조원 고지를 돌파했다.
AP시스템, 테라세미콘, 제우스, 아이씨디, 필옵틱스 역시 디스플레이 고객사들의 투자 확대로 전년 대비 실적이 큰 폭으로 뛰어올랐다. 원익IPS, 이오테크닉스, 테스, 피에스케이 같은 반도체 장비 업체는 지난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포함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투자 확대로 사상 최고 실적 기록을 경신했다.
올해는 디스플레이 분야 투자가 꺾일 것으로 예상된다. 디스플레이 장비 사업을 펼치는 기업의 실적은 전년 대비 떨어지거나 잘해야 전년과 비슷한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구매하는 주요 북미 고객사의 판매 저조로 올해 계획한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짙다. LG디스플레이 역시 소형 OLED 투자를 미루고 있다. 인도의 8세대 액정표시장치(LCD) 공장 설립도 지체되고 있다. 그나마 확실한 계획은 중국의 대형 OLED 신규 투자다.
매출 인식 기준이 '수주'에서 '장비 인도' 시점으로 바뀌면서 단기 실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디스플레이 장비는 수주 받은 후 만들어서 인도하는 데까지 6~8개월이 걸리기 때문이다.
장비업계 관계자는 “올해 디스플레이 분야 매출 계획이 거의 잡혀 있지 않다”면서 “고객사 다변화, 신규 장비 개발 등으로 돌파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선 올해 국내 장비 업계의 지형도가 반도체 분야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예상했다. 반도체 분야 투자는 여전히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