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청거리는 대한민국 '금융'...서민도 기업도 ICT도 실종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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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금융'이 잇따른 대형 악재에 휩싸였다.

주무 부처는 물론 금융 공기관, 민간 금융지주사, 증권사에 이르기까지 상식을 벗어난 모럴해저드를 비롯해 채용 비리와 불륜 파문 등이 연이어 발생했다.

가히 '그들만의 리그에서 우물 안 개구리'로 살던 금융사, 금융 종사자, 금융 당국의 부실이 불러온 총체 난국으로 지적될 만도 하다. 4차 산업혁명을 이끌 금융 산업 전반에 걸친 대수술이 불가피하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19대 국회의원 시절에 피감기관 예산으로 '외유성' 해외 출장을 다녀온 정황이 포착돼 파문이 일고 있다.

자유한국당에 따르면 김 원장은 국회 정무위원 시절인 2014년 3월 한국거래소의 부담으로 2박 3일 동안 우즈베키스탄 출장을 다녀왔다. 2015년 5월에는 우리은행 지원을 받아 2박 3일 일정으로 중국 충칭과 인도 첸나이를 방문했고, 같은 달에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예산으로 9박 10일 동안 미국과 유럽 출장을 갔다 왔다.

김 원장은 해외 출장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해당 기관이 출장 동행을 요청했다”거나 “출장 목적에 맞는 공식 일정만 소화했다”고 해명했다. 청와대도 임명 철회는 없다고 못 박았다. 그러나 바른정당까지 가세해 김기식 갑질신고센터를 설치하는 등 별도의 법안 발의까지 나섰다. 금융권의 각종 비리 청산을 내건 인사가 최단 기간 사퇴 가능성으로 번진 상황이다.

이로 인해 핀테크 확산과 암호화폐 거래소 자금세탁 방지, 오픈 API, 집적회로(IC) 전환 단말기 정책 등 시급히 해결해야 할 정책에 혼선을 빚고 있다. 아예 손을 못 대거나 후순위로 밀렸다.

금융지주사 채용 비리도 계속 확산되고 있다.

KB금융, 하나금융에 이어 신한금융지주도 전·현직 임원 자녀 채용 논란에 휩싸였다.

신한금융지주는 본부장급 이상인 전·현직 임원 23명의 자녀 24명이 신한은행, 신한카드 등에 입사했다. 이 가운데 상당수가 현재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신한카드 내부 직원(카드 모집인 출신)이 금융감독원 전문조사역에 특별 채용됐다는 청원까지 청와대와 금감원에 제기했다.

금융지주사 최고경영진의 잇따른 채용 비리 연루로 각종 미래 사업 투자와 핀테크 확산 열기에 찬물을 끼얹은 형국이다.

약 60조원의 중소기업 자금지기 보증기금은 두 수장이 동반 퇴장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양대 보증기관 중 하나인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이 사의를 표명한 가운데 기술보증기금 이사장도 최근 사의를 표명했다.

혁신 성장 지원을 위해 예고한 각종 신규 사업이 이사장 공백 속에 표류할 가능성이 짙어졌다.

신보와 기보는 총 5000억원의 혁신모험펀드 연계 보증부대출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혁신모험펀드 투자 기업에 대한 보증을 우선 발급하는 등 신규 사업을 예고했다. 공공기관 연대보증 폐지에 따른 부실 관리도 큰 문제다. 부실 관리는 기관장의 업무 관여도가 절대 작용하기 때문이다. 신보와 기보 등 정책금융기관은 지난 2일부터 법인대표의 연대보증을 요구하지 않기로 했다.

증권업계는 삼성증권 배당 지급 오류라는 초대형 사고가 터졌다. 국내 증권 시스템 자체에 구멍이 뚫렸다는 평가다.

그동안 증권사의 우리사주 배당이 금융 당국의 내부 통제 지침 또는 자율 규제 없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다수 증권사는 삼성증권과 마찬가지로 우리사주 관리 시스템에 삼성증권과 유사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사태로 인해 우리사주와 관련한 금융 당국과 업계 차원의 어떠한 사고 방지 매뉴얼도 없었다는 점이 알려졌다. 금감원이 뒤늦게 대응책 마련에 나섰지만 주식 시장의 신뢰도는 심각한 타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