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113>혁신 이분법

'일 부오노, 일 브루토, 일 카티보(Il buono, il brutto, il cattivo).' 한 영화의 원제다. 미국에서는 '좋은 녀석, 나쁜 녀석, 추한 녀석(The Good, the Bad, and the Ugly)'이란 타이틀을 달았다. 우리가 '석양의 무법자'로 기억하는 영화다. 오프닝 장면을 흐르는 엔니오 모리코네의 주제곡은 서부극의 대명사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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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드.인 창업자 존 게라치는 흥미로운 질문을 하나 던진다. 좋은 아이디어와 나쁜 아이디어는 구분할 수 있을까. 상식은 '그렇다'라고 답한다. 게라치가 많은 사례로부터 찾은 해답은 그 반대다.

가스 홀싱어가 첫 사업 아이템을 말했을 때 투자자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심지어 끔찍할 정도로 평범하다고 했다. 이게 통할 거라면 그동안 마케팅 전문가들은 헛짓한 셈이라고 했다.

아이디어는 말 그대로 단순했다. 광고 전단지 대신 엽서를 만들자고 했다. 인쇄비용도 만만치 않지만 고객 손에 쥐어져도 그 자리에서 버려지기 일쑤였다. 버리기 아까운 엽서를 나눠 주자. 한쪽엔 멋진 그래픽을 싣고, 반대편은 일반 엽서처럼 꾸몄다.

산타클로스 옷을 입은 미스터 피넛, 말을 탄 아가씨, 우유 콧수염을 한 핀업 모델은 크래프트 크래커, 기린맥주, 우유 소비 촉진 캠페인을 대신했다. 스타워즈, 세가, 선글라스 헛, 스카이 보드카, 심지어 엘턴 존까지 모델이 됐다. 애드위크지가 택한 최고의 창의 미디어가 바로 홀싱어의 고카드였다.

24시간 뉴스 채널은 어떤가. 지금이야 당연하지만 테드 터너가 CNN을 처음 생각했을 때 상황은 달랐다. 시장 조사 결과는 분명했다. 누구도 더 많은 뉴스를 원하지 않았다. 하물며 24시간, 거기다 똑같은 영상을 반복해서 튼다는 건 말이 안 됐다.

영화 테이프 대여도 마찬가지다. 조그마한 동네 가게면 족한, 이윤 박한 비즈니스다. 시내 한쪽 모퉁이를 차지할 정도로 큰 매장도, 더욱이 전국 브랜드의 체인점일 이유도 없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웨인 하이징아가 만든 이것은 블록버스트로 불렸다.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게라치는 세 가지를 생각해 보자고 한다. 첫째 제정신이 아니라는 얘기를 들을 때 한 가지 분명한 게 있다. 누구도 생각해 보지 않았거나 적어도 실행해 보진 않았다는 것이다. 둘째 나쁘다는 의미도 다시 따져봄 직하다. 종종 나쁘다는 흥미롭지만 위험성도 있다는 의미다. 의견이 일치하지 않을 때도 나쁜 것이 된다. '나쁘다'의 의미는 생각보다 복잡하다. 셋째는 임계질량이다. 실상 성공은 임계치에 관한 것이지 아이디어 탓이 아니다. 규모에 이르지 못하면 뭐든 고전하기 마련이다.

'석양의 무법자'에는 세 캐릭터가 나온다. 블론디는 좋은 녀석, 투코는 나쁜 녀석, 에인절 아이스는 추한 녀석이다. 그러나 실상 영화를 보고 있으면 이 구분은 명확하지 않다.

유튜브가 온라인 데이팅 사이트로 시작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성공 가까이 있거나 디딤돌이 되거나 실상 그 자체로 좋은 많은 나쁜 아이디어가 있다.

이제 잠시 이분 본능은 접어 두면 어떨까, 당신이 진정 뭔가 새로운 것을 찾는다면.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