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PACid가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한 데에는 두가지 노림수가 있다.
세계는 비밀번호(패스워드)를 생체인증으로 전환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생체정보 기반 특허 침해를 주장하는 첫 사례를 남기면 소송 결과에 상관없이 생체정보 기반 기술을 사용하는 글로벌 기업 약 270여곳에 '위협'을 가할 수 있다.
또 생체인증 분야는 사실상 인증 규격을 기업 단위로 연계하는 형태로 운영돼 일원화된 응용 표준이 없다. 글로벌 생체인증 기술표준 연합회 FIDO(파이도) 얼라이언스가 표준 규격을 운용하지만 민간 주도다. 이 허점을 파고 든 것으로 보인다.
만약 법원에서 PACid 손을 들어준다면 후폭풍은 겉잡을 수 없다. 파이도 보드멤버 대상으로만 소송을 제기해도 천문학적인 배상청구를 할 수 있다.
파이도 얼라이언스에는 29개 보드멤버(이사회)가 있고 약 270여개 회원사가 참여 중이다. 마이크로소프트, 페이팔, 뱅크오브아메리아, 비자, 구글, 마스터카드, 인텔, NTT도코모 등 세계 유수 글로벌 기업이 속해 있다. 한국도 삼성전자를 비롯해 LG전자, 비씨카드, ETRI 등 기업과 단체가 활동 중이다.
PACid가 소장에서 밝힌 특허 침해 내용에 주목해야 한다. '사용자를 인증하기 위한 시스템 및 방법'을 침해했다고 명기했다.
대부분 기업은 하드웨어 기반 생체인증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지문, 홍채 센서 등이 대표적이다. 이는 다시 말해 이들 기술을 생체인증 응용 서비스로 확대 적용하면 특허 침해 여부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국내 파이도 보드멤버 관계자는 “법적 해석을 해봐야 하겠지만 삼성페이나 LG페이 등 주요 응용 서비스와 연관된 생체인증 기술을 어떻게 볼 것인지에 대한 문제제기 첫 사례”라며 “미국 법원이 권리 침해로 판결을 한다면 특허괴물 혹은 특허를 보유한 기업이 전방위적인 소송전을 벌일 수 있는 판을 깔아주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삼성전자 특허 침해 여부 판단에 따라 이미 파이도 생체인증 기술을 운용하는 수십 곳 글로벌 기업이 표적이 될 공산이 크다.
또 파이도 규격인 UAF(패스워드 자체를 생체인증으로 대체)와 U2F(패스워드 외 2차 인증수단 도입) 모든 영역에 대해 특허 침해 권리를 주장하고 있어 논란은 확산될 전망이다.
FIDO 기술 규격은 세계 3억5000만명이 사용한다. 하드웨어뿐 아니라 SW 기반 응용기술까지 권리 침해를 주장하는 형국이다. 스마트폰 제조사는 물론 유통, IT,보안, 금융 전 영역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고 미국 특허에 대해 20년 동안 라이센스 비용을 물어야 할 상황에 처한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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