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암호통신 기술이 없으면 국가 전반의 보안을 유지할 수 없는 날이 옵니다. 하루라도 빨리 기술을 고도화해야합니다.“
윤천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광통신부품연구그룹 박사는 우리나라에서 몇 안 되는 양자암호통신 분야 전문가다.
양자암호통신은 광자를 이용한 암호통신 체계다. 외부에서 양자신호를 훔쳐보거나 해킹을 시도하면 정보가 파괴되는 특성이 있다. 보안성이 탁월해 세계 각국이 연구개발(R&D)에 집중하고 있는 분야다. 이미 전자시대에서 '양자시대'로 통신 기술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윤 박사는 2005년부터 일찌감치 관련 연구를 시작했다. '유선 양자암호통신 시스템'을 국내 처음으로 개발했다. 당시 양자암호통신은 국내에서 별로 주목받지 못했지만, 미래에는 충분히 가능성 있는 기술로 평가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지금은 양자암호통신 중요성을 높게 평가하지만, 처음 연구를 시작할 때만 해도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면서 “국내 관련 전문가도 적은 상황에서 어려움이 많았다”고 회고했다.
최근에는 세계 학계의 이목을 끄는 연구성과를 냈다. 센티미터(㎝) 이하 크기로 집적한 부품을 이용해 양자 신호를 100m 떨어진 곳에 무선으로 보내는 기술을 개발했다. 학계에서는 양자암호통신 기술의 소형화 가능성을 처음으로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윤 박사는 “후발주자인 우리나라에서 세계 이목을 끌 수 있는 성과를 내 기쁘다”면서 “10여년 동안 어렵게 연구했던 시절을 한 번에 보상받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갈 길은 멀다. 세계 각국이 매년 천문학적 액수의 돈을 쏟아 부으며 양자암호통신 기술 연구에 매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기세가 무섭다. 중국은 2016년 8월 양자암호통신 구현을 위해 위성까지 발사했다. 지난해와 올해는 이 위성으로 지상과 위성 사이 양자통신에 성공했다. 양자암호통신 분야 선진국인 미국과 유럽도 이미 상당한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윤 박사는 “무엇보다 사회 전반에서 양자암호통신의 중요성을 깨닫고,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면서, “양자암호통신 연구를 위해 물리학, 전자공학, 수학, 정보통신공학 등 다양한 분야 연구자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자암호통신은 다른 나라 도움을 받을 수 없는 기술이다. 만약 다른 나라가 우리에게 기술을 제공하게 되면 우리나라 보안을 다른 나라 손에 넘겨주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윤 박사는 “양자암호통신은 우리나라가 직접 만들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면서 “충분한 지원으로 하루 빨리 양자암호통신 체계를 구축하고 기술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