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행정부가 중국의 첨단기술 굴기를 견제하고 나선 가운데 미 의회도 중국의 미국 내 첨단산업 투자에 제동을 거는 입법을 초당적으로 추진 중인 것으로 16일(현지시간) 확인됐다.
이런 움직임은 '중국제조 2025' 전략으로 세계 최고의 첨단기술 대국으로 도약한다는 중국의 포부가 미국의 국가 안보를 심각하게 위협한다는 공감대 속에서 진행돼 주목된다.
미 의회와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미 상·하원은 '특별관심국가'의 자본이 미국 첨단기술과 안보 관련 기업에 투자할 경우 투자 허가 요건을 지금보다 크게 강화해 적대적 인수·합병이나 핵심기술 유출을 막는 외국인투자위험조사현대화법(FIRRMA)을 동시에 심의하고 있다.
특별관심국가로 표현됐지만 법안이 사실상 겨냥한 목표는 중국이라고 이 관계자들은 전했다.
법안 핵심은 미국 내 투자 허가를 내주는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가 조사할 수 있는 대상과 범위를 현행보다 크게 넓히고 CFIUS 규제 권한도 강화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합작투자 회사나 외국인 지분이 적은 투자의 경우 대부분 CFIUS의 조사를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법안은 합자회사 또는 외국인 지분이 적은 회사라도 핵심기술, 기반시설 관련 분야, 외국으로의 기술 이전과 관련된 경우 CFIUS 심의를 받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 군 시설을 포함한 안보 관련 시설 인근의 부동산에 외국 자본이 투자할 경우에도 CFIUS 심의를 거치도록 했다. CFIUS에 인수·합병 등의 거래를 중단시키거나 조사 중인 사안에 새 요구조건을 추가할 권한도 부여했다.
법안이 원안 그대로 통과되면 중국 자본이 미국 기업과 합작 투자해 첨단 핵심기술을 빼가거나 미국의 주요 기술기업을 인수하는게 어려워진다.
이는 지난 3일 트럼프 행정부가 '지식재산 도둑질'을 막겠다며 중국제조 2025에 포함된 첨단기술 분야를 위주로 무려 1300개 품목에 약 500억달러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조치와 함께 중국의 기술 굴기를 조기 원천 봉쇄하려는 강경책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이미 올해 초부터 중국 등의 첨단기술 위협을 견제할 카드로 CFIUS를 여러 차례 활용했다.
중국 알리바바 자회사인 디지털 결제업체 앤트파이낸셜이 미 송금회사 머니그램을 인수하려다 CFIUS의 개입으로 좌절됐다. 이달 초엔 싱가포르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이 미 반도체 기업 퀄컴을 인수하려 하자 CFIUS가 제동을 걸었다.
의회 소식통들에 따르면 법안은 여야가 초당적으로 상·하원에서 공동 입법을 추진하는데다 거물급 의원이 대거 참여해 상·하원을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상원 법안은 공화당 상원 2인자인 존 코닌 의원이 민주당 다이앤 페인스타인 의원, 리처드 버 정보위원장(공화) 등 11명의 여야 상원의원과 함께 발의했다. 지난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 경선에 출마했던 마코 루비오 의원이 나중에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하원 법안은 공화당 로버트 피틴저 의원을 비롯한 여야 하원의원 44명이 함께 제출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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