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댓글 조작, 기술적으로 가능

[이슈분석]댓글 조작, 기술적으로 가능

'드루킹 뉴스 댓글 조작 사건'이 연일 신문과 방송을 장식하고 있다. 검찰에서는 배후와 자금 출처까지 캐내고 있다.

드루킹 김 모(48)씨가 댓글에 주목한 이유는 댓글 영향력 때문이다. 네이버와 다음이 기사를 인링크 방식으로 제공하면서 댓글 존재가 커졌다. 인링크는 포털 뉴스 사이트나 검색화면에서 특정 기사를 선택하면 해당 언론사가 아닌 포털 내 페이지로 이동한다. 언론사 홈페이지가 아닌 포털 내에서 다양한 논쟁이 가능해졌다.

실제로 댓글은 누리꾼 사이에서 기사 못지않게 읽힌다. 기사 제목만 보고 바로 댓글창으로 이동하는 누리꾼도 적지 않다. 상단에 있는 댓글이 여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유사한 성향 댓글을 상단에 노출시키려는 이유다. 실제 드루킹은 “여론이란 네이버 기사에 달린 베스트 댓글인 것이다”라는 글을 올해 초 페이스북에 올리기도 했다.

익명성을 보장한 댓글은 네이버와 다음이 제공하는 뉴스 사이트를 총성 없는 이념 전쟁터로 변모시켰다. 네이버가 2012년 하루 댓글 제한 수를 10개에서 20개로 늘리면서 이런 현상은 더욱 심해졌다. 댓글을 많이 달수록 여론 형성에 도움이 돼서다. 다음에서 활동하던 진보 측 지지자가 대거 네이버로 이동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은 지지파와 반대파 간 갈등에 기름을 부었다.

◇극소수가 댓글 흐름 주도

뉴스 댓글은 자신의 의사를 적극 표현하는 소수가 주도한 지 오래다.

댓글 통계 사이트인 워드미터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이달 22일까지 네이버 뉴스에 한 번이라도 댓글을 단 계정은 174만이 넘는다. 이 가운데 댓글을 1000개 이상 단 계정은 3406개에 불과하다. 21일 기준 하루 동안 10개 이상 댓글을 작성한 계정 수 3336과도 비슷하다. 국내 인터넷 이용자 4528만명 중 0.0075%가 댓글 흐름을 주도한다고 볼 수 있다.

공감수가 1000이 넘는 계정은 22일 기준 모두 8개다. 모두 1일 댓글 허용치인 20개를 꽉채웠다. 이들이 받은 공감수만 2만에 달한다. 공감 댓글로 여론 형성 주도가 가능한 수준이다.

실제로 'pant'로 시작하는 닉네임을 가진 계정은 지난 6개월 동안 네이버 뉴스에 4284개 댓글이나 답글을 썼다. 이 가운데 3396개가 정치 관련 기사였다. 대부분 현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네이버 하루 댓글이 20개, 답글 40개로 제한된 점을 감안하면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올린 셈이다.

해당 계정 사용자는 22일 밤 모 경제신문과 통신사 정치 기사에 동일한 내용의 댓글을 19번 연속 달았다. 1시간 30분에 걸쳐 간격을 두고 올렸다. 네이버가 10초 이내에 댓글을 잇달아 달지 못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굳이 매크로 프로그램을 돌리지 않아도 가능하다.

◇댓글 조작, 어렵지 않아

댓글 조작 핵심은 특정 댓글을 상단에 노출시키는 것이다. 공감수를 많이 받을수록 올라간다. 댓글에 공감을 많이 누르면 된다. 반대로 부정적 댓글에 비공감을 눌러 노출 위치를 끌어내릴 수도 있다.

드루킹은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 여러 네이버 아이디로 로그인해 특정 기사에 공감수를 높이는 방식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가 제공하는 기사가 순공감순으로 나열되기 때문이다. 순공감은 공감 수에서 비공감을 뺐다.

IT업계에 따르면 드루킹이 썼다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한 댓글 조작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네이버 아이디와 매크로 프로그램, 컴퓨터, 스마트폰 등 댓글 조작 4종 세트만 갖추면 된다.

네이버 아이디 판매처를 찾기는 생각보다 쉽다. 포털에서 검색만 해도 나온다. 아이디는 해킹한 아이디와 장기 이용 가능한 아이디로 구분된다. 물론 가격 차이는 수십배다.

아이디는 많을수록 좋다. 공감수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네이버가 한 개 기사당 아이디별 공감 횟수를 1일 1회로 막아놔서다. 스마트폰은 PC와 달리 IP를 바꿀 수 있다. IP를 바꿔가며 로그인하면 포털에서도 막을 길이 없다. 드루킹은 네이버 아이디 600여개와 스마트폰 170여대로 무장했다.

아르바이트생을 이용해 공감수를 높여주거나 검색어를 조작해주는 이른바 '수동 매크로' 방식도 있다. 해당 기사 좌표를 찍어 공감을 유도할 수도 있다.

◇댓글 조작, 창과 방패의 싸움

댓글 조작 방법이 고도화될수록 포털 대응도 다양해진다. 가능한 수단은 모두 막겠다는 의도다. 해커와 보안업체 싸움과도 같다.

네이버에서는 댓글 서비스 방향을 놓고 고심 중이다. 드루킹 사건이 일어나기 전인 3월 말 댓글 정책 이용자 패널을 발족하고 정례 간담회까지 열었다.

네이버 댓글 조작 예방책은 촘촘하다. 머신러닝까지 동원해 아이디 생성부터 3단계로 걸러낸다. 네이버는 비정상적 아이디 생성을 차단하려고 지난해부터 머신러닝 기술을 도입했다. 정상적인 회원 가입 행태를 기계가 스스로 학습토록 했다. 패턴을 벗어난 시도는 아이디 생성 신청 후 1분 내 판단을 마친다. 사용자 측에서는 계정을 만들었다고 여기지만 실제 서비스 사용은 제한된다. 개인 전화번호와 특정 IP구간에서 생성할 수 있는 ID 개수에도 한계를 뒀다. 물론 개인 동의를 받은 아이디 매매는 가능하다.

같은 IP나 단말에서 여러 아이디로 로그인을 시도하면 캡차(Captcha)로 막는다. 문자가 포함된 변형된 이미지를 보여주고, 해당 문자를 입력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한 아이디가 한 댓글에 공감할 수 있는 횟수도 한 번으로 제한했다. 드루킹이 매크로로 공감수를 올렸다면 수백개 실명 아이디가 다른 IP로 접속했을 것이라고 네이버 측은 설명했다. 이 외에도 1일 댓글 작성 20개 제한, 댓글 작성 후 10초 이내 재작성 금지 기능도 추가했다. 5월 1일부터는 자동 댓글도 금지한다. 이미 약관에도 반영했다.

〃〃다음을 운영하는 카카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일간 댓글 수를 30개로 제한하고 댓글 등록 후 15초 내에는 추가 등록이 불가하다. 댓글 1건당 글자 수는 300자로 제한했다. 2월부터는 네이버와 같은 캡차 방식을 도입했다.

포털 한 관계자는 “댓글은 하나의 문화로 자리매김할 만큼 다양한 의사표현이 가능한 곳”이라면서 “일부 역기능도 있지만 정책·서비스·기술적으로 역기능을 극복하는 개선방안을 모색해 순기능이 더 큰 모습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창선 성장기업부 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