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화(唱和). 부를 '창'에 화할 '화'를 더했다. 시나 노래를 한쪽에서 부르면 다른 쪽에서 화답하는 것을 말한다. 예전 중국에서 사신이 오면 시를 서로 주고받았다. 사신이 시를 한 수 지어 보이면 그 운(韻)을 따서 시를 짓는 식이었다. 이것으로 협상하기도 한 탓에 창화외교라 불리기도 했다.
명 경제 원년인 1450년에 한림시강 예겸이 사신으로 오게 된다. 훗날 예부상서가 되는 당대 손꼽히던 문장가였다. 이 소식을 접하자 세종대왕은 최고 문사인 정인지, 신숙주, 성삼문으로 접반사를 삼는다. 국가 간 학문을 겨루는 모양새니 실상 국격을 건 지식 대결인 셈이었다.
'주가드 혁신'의 저자이자 유명 TED 강사인 나비 라드주는 흥미로운 질문 하나를 던진다. 기업 경영에 생각이 만드는 차이가 있을까. 그 결과는 무엇일까.
라드주는 주제를 하나 정해 비교해 보았다. 최고경영자들을 만나 지식재산권(IP)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결과는 놀라웠다. 한쪽은 이것을 '자랑거리'로 생각했고 다른 쪽은 '가치'로 인식하고 있었다.
IP의 정체는 명확하다. 그런데 왜 이런 차이가 있을까.
놀랍게도 실상 목표에는 별반 차이가 없었다. 최고경영자 대부분 목표가 최고 혁신 기업이었다. 타타자동차가 특허 40개를 출원한 것도 나노가 2500달러짜리 싸구려 차가 아니라 혁신 제품임을 보여 주고자 한 것이었다.
정작 차이는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첫째 혁신 생각이 달랐다. 누군가는 특허가 많은 것으로 따졌지만 다른 이들은 특허란 기업이 얼마나 혁신적인지 미루어 짐작케 하는 것일 뿐 확인해 주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둘째 IP 생각이 달랐다. 누군가는 '지식이 만드는 자부심'이라고 생각했지만 다른 이들은 '지식이 만드는 가치'라고 봤다.
타타자동차는 이것으로부터 두 가지 다른 의미를 끌어낸다. 첫째는 지식 수익성이다. 그러니 모든 게 명확해졌다. 타타에 IP란 매년 혁신 가격의 나노 25만대를 만드는데 기여하는 것이어야 했다. 둘째는 지식 파트너 맺기다. 꼭 내가 만들 필요가 없어졌다. 글로벌 IT 기업인 TCS는 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되고 큰 소프트웨어 R&D센터를 두고 있다. 그러나 최고기술책임자(CTO) 아난트 크리슈난은 연구개발(R&D)을 연결개발(C&D)로 바꾸겠다고 한다. 결국 목적은 누가 발견한 것이든 가치로 만들어 내는 것 아닌가.
라드주는 한 가지를 생각해 보게 한다. 우리는 우리가 하는 일에 충분히 의미를 따져보고 있는가. 단지 편집증이 되어 있지는 않은가. 실상 다른 IP는 얼마든지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지적 편집이 되어 그 속에 갇혀 꼼짝 못했지만 누군가에게는 신제품과 수익이란 목표를, 누군가에게는 네트워크란 자유로움을 줬다.
예전 선비들은 운을 띄우고 화답하기를 즐겼다. 운을 따되 자신의 생각을 담아 돌려주는 것이 창화의 방법이었다.
한번 따져보자. 과연 나는 어떻게 했는지. 혹시 내가 말하던 혁신이 내 것 아닌 반쪽 메아리에 지난 것은 아닌지.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