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 현장조사 방식이 최근 많이 달라졌다.
현장 투입 조사관 숫자를 크게 늘렸다. 공정위 조사관 수십명을 일시에 투입했다는 소식이 심심찮게 들린다. 속도가 빨라졌다. 최근 공정위는 영화관 관람료 인상 담합 혐의 신고를 접수한 후 하루 만에 기업을 급습했다. 방법은 똑똑해졌다. 디지털포렌식 전문가를 대거 채용, 현장조사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현장조사 방식 개선의 최우선 목적은 적발능력 제고다. 부실 조사, 증거 부족으로 법 위반 기업이 면죄부를 받지 않도록 한다는 의지다. 긍정적 변화지만 실효성 확보는 자신할 수 없다. 공정위 내부규정인 '사건처리3.0'이 적발능력 제고를 근본적으로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2016년 피조사 기업 권리 강화에 초점을 맞춘 사건처리3.0을 내놨다. 기업 부담을 덜었다는 긍정적 평가가 있다. 그러나 일부 내용은 공정위 조사에 '셀프 족쇄'를 채우는 식이라 비판이 나온다.
사건처리3.0에 따르면 공정위가 미리 공문에 명시하지 않은 조사는 기업이 거부할 수 있다. 현장에서 추가 혐의를 발견해도 조사가 가로막힌다. 현장조사 후 피조사 기업에 '해피콜'을 걸어 애로를 듣도록 한 것은 소극적 조사를 초래한다는 지적이다. 조사 전 과정에 기업 측 변호인 참여권을 보장한 것은 악용될 소지가 있다.
피조사 기업 권익 보호는 중요하다. 과잉조사로 애먼 기업이 피해를 입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과도한 권익 보호로 공정위 조사가 무뎌져서는 안 된다. 부실한 조사로 법 위반 기업이 제재를 피하면 결국 다른 기업들이 피해를 입는다.
사건처리3.0을 고치지 않으면 적발능력 제고 노력이 무의미해질 수 있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후보자 시절 사건처리3.0에 대해 “조사를 상당히 제약한다. 취지대로 작동하는지 점검하고 필요시 개선하겠다”고 말한 것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