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제일모직의 합병과 관련해 우리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을 추진중이다.
정식 소송 절차에 들어간 게 아니라 '중재의향서'를 전달한 단계다. 더구나 정부를 상대로 한 행보에 삼성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다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인 가운데 엘리엇의 이번 움직임이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칠지 등이 불확실한 상황이다.
삼성 관계자는 "엘리엇이 법무부에 중재의향서를 전달했다는 사실에 대해 통보를 받거나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면서
"이에 대한 입장을 내놓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아직 엘리엇의 ISD가 공식화하지도 않았는데 '소송 당사자'도 아닌 삼성이 나설 경우 불필요한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일단 '노 코멘트' 기조를 유지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이른바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로 불거졌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적절성 논란이 또다시 등장한 데 대해서는 곤혹스러워하는 모습이다.
특히 엘리엇이 실제로 ISD를 실행에 옮겨 국제기구를 통해 절차가 진행될 경우 우리 정부에서 관련 자료를 요청하고, 이 과정에서 또다시 이 문제가 이슈화할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엘리엇의 ISD 추진은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삼성이 엘리엇과의 법정 다툼에서 승리를 거뒀을 때부터 가능성이 점쳐졌던 것"이라면서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한 재판 과정을 지켜보면서 엘리엇이 우리 정부의 '약점'을 파고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