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회계법인, 벤처캐피털(VC) 등 금융시장 참여자는 금융당국의 기준 없는 회계 감리 기준이 이번 사태를 키웠다고 지적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여부에 대한 결론 뿐만 아니라 금융당국 또는 민간 자율의 회계 기준을 확립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의 주요 쟁점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장 직전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회계 기준을 어겼는지 여부다. 이 과정에서 2011년부터 4년간 적자였던 삼성바이오에피스는 1조9000억원의 흑자를 올리는 회사로 탈바꿈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바이오젠이 2015년 7월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콜옵션(미리 약정한 가격에 주식을 사들일 수 있는 권리) 행사 의사를 전달 받은 뒤 기준을 변경했다는 입장이다. 금감원은 이 과정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주도적 역할을 했다는 정황을 포착해 조사중간보고서에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에서는 증권선물위원회의 최종 논의 결과 여부와 관련 없이 이번 결정이 시장 신뢰도 악화에 미치는 영향이 치명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뿐만 아니라 국제회계기준 상 바이오 분야에 대한 회계 기준 판단 여부는 기업이 유리한 방식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일반적”이라며 “상장 당시 감리를 금감원이 아닌 한공회가 맡았기 때문에 감리 결과가 바뀐 것이 아니라고 해명하지만 애당초 기준이 없었다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삼성바이오로직스 외부감사인을 맡았던 삼정회계법인 뿐만 아니라 지정감사인이었던 안진회계법인과 모회사 삼성물산 외부감사인을 맡은 삼일회계법인도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 재무제표에 적정 의견을 냈다. 상장 직전 있었던 한국공인회계사회의 감리 역시도 큰 차이가 없었다.
실제 회계업계는 일반적으로 개발비를 회계 처리할 때 기술적 실현 가능성이 있을 경우 무형자산으로, 가능성이 부족할 때는 비용으로 인식하는 것이 전부다.
금융위와 금감원도 바이오 기업에 대한 구체적 회계 처리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 회계분야 민간 기준 단체인 한국회계기준원 역시 바이오 분야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차바이오텍에 이어 삼성바이오로직스까지 매번 이렇게 회계 기준이 뒤집혀서는 바이오 분야 투자 심리가 쪼그라 들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금융위원회가 대책을 마련하기 어렵다면 회계기준원 등 민간 분야에 위탁해서라도 최소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도 “보수화된 회계 기준으로 바이오 투자 심리가 올해 들어 쪼그라 들면서 프리IPO 기업에 대한 기관투자자 수요도 다소 줄고 있다”면서 “이번 사태로 인해 투자 심리가 더욱 안좋아질까 우려가 크다”고 전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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