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빅데이터로 여는 4차 산업혁명]<하> 빅데이터 기반 가상인체 및 건강증진 서비스 개발

[KAIST, 빅데이터로 여는 4차 산업혁명]<하> 빅데이터 기반 가상인체 및 건강증진 서비스 개발

빅데이터는 미지 영역에 있던 신비를 지식 영역으로 끌어오는 핵심 요소다. 사람이 혼자서는 평생 얻을 수 없는 정보량으로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일을 가능하게 한다. 바이오헬스 분야 활용이 특히 의미 있다. 바이오헬스는 수많은 성공과 실패를 겪은 뒤에야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다. 그러나 빅데이터를 이용하면 매번 실험을 반복하지 않아도 손쉽게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바이오헬스 분야 빅데이터는 오랜 시간 동안 우리를 괴롭힌 질병을 정복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치료법 효능을 높인다. 사람 행동 패턴에 변화를 줘 건강하고 질 높은 생활을 구현하는 밑거름이 되기도 한다. 정보 융합·활용을 근간으로 하는 4차 산업혁명 기술 대표 사례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바이오헬스 분야에 쓸 수 있는 다양한 빅데이터 활용 기술·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다양한 기존 빅데이터를 하나로 모으고 새로운 것을 추가 구축해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바이오 분야 이도헌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는 20여개 기관이 참여하는 '유전자동의보감 사업단'을 주도하며 빅데이터를 이용해 각종 천연물과 약품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하고 있다.

이도헌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
이도헌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

'컴퓨터 가상인체'인 '코다(CODA)'를 구성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컴퓨터 가상인체는 체내에서 발생하는 복잡한 생리현상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모사하는 기반이다.

컴퓨터 가상인체 구현에는 빅데이터 활용이 필수다. 특정 천연물이나 약품을 복용했을 때 어떤 생리변화가 발생하는지를 실험 없이 알려면 체내 빅데이터가 꼭 필요하다.

기술 관건은 인체 기관 및 각 기관 연결고리 관련 데이터를 정보 체계 하나로 만드는 것이다. 각 기관을 따로 떨어뜨려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체내 기관이 끊임없이 상호작용한다. 예를 들어 인체에 스트레스가 가해지면 뇌에서 '코티솔 호르몬'이 분비되는데 이것은 심장박동에 영향을 미친다. 뇌와 심장은 멀리 떨어져 있지만 긴밀히 소통하며 서로를 변화시킨다.

이런 생체 변화는 연쇄 발생한다. 하나의 요인이 수십개가 넘는 상호작용을 부른다. 이 때문에 체내 생체변화를 확실하게 파악하려면 인체 전반 빅데이터가 필요하다. 기존에도 컴퓨터 가상 인체를 구축하려는 시도는 있었지만 간이나 심장, 두뇌와 같은 주요 기관 개별 정보만 다뤄 효용성이 떨어졌다.

코다는 인체 전반을 다룬 '홀바디(Whole body)' 빅데이터를 이용한다. 빅데이터는 공개 데이터베이스(DB), 국제 저널에 게재된 논문 내 정보, 사업단이 자체 마련한 정보를 토대로 마련했다. 84만개 뇌 관련 정보, 45만개 심장 정보를 비롯해 총 4000만개가 넘는 인체 생리지식을 담고 있다. 장기 사이의 상호작용 정보도 6000여개가 넘는다. 기관 안의 DNA, 단백질, 세포 수준 정보도 취급한다. 각 정보는 '코다-ML'이라는 전용 통합언어 체계를 활용한다.

연구팀은 코다를 이용해 거의 모든 체내 연쇄 반응을 사전에 시뮬레이션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약이나 새로운 기능성 식품이 사람 몸에 미치는 영향을 속속들이 알 수 있다.

연구팀은 올해 안에 코다 실용화 버전을 공개할 방침이다. 우선 해석에 대규모 컴퓨팅 파워가 필요하지 않는 정보를 제공한다.

앞으로는 코다에 개인별 생리현상 차이를 반영하는 연구에도 착수, 시스템을 고도화 할 방침이다.

이도헌 교수는 “코다 기술은 빅데이터로 복잡한 인체 생리현상을 컴퓨터로 예측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이라면서 “세계 어느 누구도 완성하지 못한 신기술로 신약과 기능성 식품 산업 분야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의진 산업 및 시스템공학과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KAIST가 중점 추진하는 '닥터M 헬스케어 시스템'에 활용될 빅데이터 기반 세부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의진 KAIST 산업 및 시스템공학과 교수
이의진 KAIST 산업 및 시스템공학과 교수

닥터M은 개인 활동·생체정보를 수집해 맞춤형 건강증진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일상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빅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 이용자에게 질병 예측 정보나 건강증진 정보를 전해준다.

연구팀은 건강증진 정보 제공에 중점을 둔 '설득 상호작용 체계'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설득 상호작용 체계는 이용자를 특정 목적에 맞춰 변화시키는 사람-컴퓨터 상호작용(HCI) 분야다.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모바일 및 웨어러블 디바이스로 이용자의 생체정보, 활동정보, 환경 정보와 같은 '디지털 발자취'를 속속들이 파악하는 것이 특징이다. 또 이 정보로 이용자 자아를 정량화 분석하고 상황에 맞는 조언을 해준다. 예를 들어 이용자가 집 안에 머무르는 시간이 이전에 비해 급격히 늘어나면 우울증 관련 조언을 해주는 식이다.

연구팀은 이용자 개입을 통해 빅데이터 활용 정확도를 높이는 방안도 마련했다. 빅데이터 구축 과정에서 이용자에게 직접 현재 상황에 대해 묻고 디지털 발자취와 실제 상황을 매칭하고 강화 학습하는 방법을 썼다. 또 정경미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홍화정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를 비롯한 다분야 학자와 공동 연구로 실제 도움이 되는 조언이 가능하도록 했다.

연구팀은 이 방법으로 이용자를 긍정 상태로 이끄는 '긍정 컴퓨팅' 구현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의진 교수는 “빅데이터는 이용자 상황을 속속들이 알아야하는 헬스케어 분야에 꼭 필요한 요소”라면서 “빅데이터 활용으로 헬스케어 서비스 이용자를 건강하고 긍정적인 상태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표> 바이오헬스 이슈를 선도하는 10대 미래유망기술 (자료:한국생명공학연구원)

<표> 보건의료 빅데이터 해외시장 규모 (단위:억달러)

[KAIST, 빅데이터로 여는 4차 산업혁명]<하> 빅데이터 기반 가상인체 및 건강증진 서비스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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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