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118>가치특허 찾기

스벤스카 쿨라게르파브리켄(SFK)은 스웨덴 볼 베어링 제조 기업이다. 1907년 예테보리에서 시작해 해당 분야 최대 기업으로 승승장구했다. 1970년에 갑자기 위기가 닥친다. 일본 기업들이 자동차 베어링 시장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가격 경쟁을 피하고 싶었다. 전략을 고 마진 제품 중심으로 옮긴다. 그렇다고 저 마진 제품을 당장 포기할 수도 없었다. 여기서 함정에 빠진다. 순순히 내준 시장에서 일본 기업은 높은 마진을 누렸다. 높은 고정비는 경쟁자에게 '비용 우산'을 제공한 격이 됐다. 이 선택은 SFK를 거의 벼랑 끝으로 내몬다.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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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최고경영자가 물었다. 시장을 어떻게 보호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특허를 지목했다. 그러자 과연 가치 있는 특허란 무엇인가 되물어왔다.

오리진시스템스의 케빈 리벳 회장과 '그레이트 어게인'의 저자 데이비드 클라인도 이 질문에 고심했다. 특허 소송 사례들을 살펴보기로 한다. 기업들이 결국 무엇을 얻었는지를 보면 특허의 가치가 무엇인지 알 수 있으리라 했다.

사례는 네 가지 목적을 지목한다.

첫째 핵심 기술과 제품 보호다. 질레트는 센서라는 면도기 개발에 착수한다. 핵심 기술은 면도날이 얼굴 면을 따라 다른 각도로 움직이는 유연 각도 형상에 있었다. 엔지니어들이 다른 디자인 7개를 가져왔다. 부회장이던 존 부시는 특허 경쟁력을 비교하게 했다. 결국 우회하기 가장 어려운 디자인을 택해서 22개 특허로 침범 불가 장벽을 세운다.

둘째 기술을 따라잡고 비용은 절감한다. 텍사스인스트루먼트는 모뎀 기술이 디지털 방식으로 옮겨갈 것으로 예측한다. 4억달러를 들여 디지털 가입자 회선(DSL) 기업 아마티 커뮤니케이션스를 인수했다. 논란거리였다. 고작 1200만달러 매출에 3000만달러 손실을 본 벤처를 이 값에 사들이다니. 그러나 상상 밖 이점이 있었다. 모두들 텍사스인스트루먼트가 미래 기술을 확보했다는 점을 의심치 않았다. 다른 통신 기업들도 기꺼이 파트너가 됐다. 결국 최소 비용으로 개발을 마칠 수 있었다.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셋째 투자 유치와 기업 가치 증대다. 록히드 마틴은 먼지 쌓인 3차원 비행 시뮬레이션 특허를 묶어 리얼스리디란 벤처로 분사시킨다. 목표는 비디오게임 시장이다. 즉시 인텔과 실리콘 그래픽스가 투자자로 나섰다. 놀고 있던 특허로 수익을 얻고 유지비는 줄였다. 거기다 실리콘밸리의 주목까지 받았다.

넷째 라이선스 수익이다. 이미 오래된 얘기긴 하지만 톰슨은 소자 제작사인 모스텍을 7100만달러에 인수한다. 그리고 7년 만에 4억5000만달러의 라이선스 수익을 올린다.

기고문에서 리벳과 클라인은 두 가지 특허를 언급한다. 하나는 미국 특허번호 174465번. 1876년에 출원된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의 전화다. 또 다른 하나는 2860048번. 1955년 출원된 제로그래피(xerography)다. 전자는 역사상 가장 가치 있는 특허고, 후자는 제록스의 오늘을 만든 것으로 불린다.

그리고 묻는다. 기술과 제품 보호에 이것보다 더 가치 있고 유연한 자산이 있다면 한번 말해보라고. 마땅한 답이 없는가. 어쩌면 그것이 정답일지 모른다.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