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노키아 휴대폰' 과거 영광 재현될까

'바나나폰'으로 불리는 노키아8810.
'바나나폰'으로 불리는 노키아8810.

영원할 것만 같았던 노키아 휴대폰 명성은 한 순간에 곤두박질 쳤다.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넘어가는 시대 흐름을 읽지 못한 대가는 혹독했다. 노키아 출신 임직원은 'HMD글로벌'을 창업해 노키아 휴대폰을 론칭, 1년 반 동안 나름의 성과를 거뒀다. 18일은 HMD글로벌 창립된 지 2주년 되는 날이다. 노키아 휴대폰이 과거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 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깜짝 등장

2016년 5월 18일 핀란드 노키아 출신 임직원은 삼삼오오 모여 HMD글로벌을 창업했다. 과거 노키아 휴대폰 사업부 영업 부사장 출신인 플로리안 사이케(Florian Seiche)가 수장을 맡았다.

HMD글로벌은 마이크로소프트(MS)에 넘어간 노키아 휴대폰 브랜드 라이선스를 다시 가져왔고 지난해 1월 글로벌 휴대폰 시장에 정식 진출했다. HMD글로벌은 휴대폰 디자인·개발·판매만 담당하고 생산은 대만 파트너사인 FIH모바일에 맡기는 방식을 선택했다. FIH모바일은 애플 아이폰을 생산하는 홍하이정밀공업(폭스콘) 자회사다.

HMD글로벌 '노키아 휴대폰 브랜드'를 세계 무대에 알린 일등공신은 노키아다. 노키아와 HMD글로벌은 완전히 분리된 기업이지만 형과 아우처럼 휴대폰 사업 시너지를 극대화하는데 집중했다. 노키아는 2년 연속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부스에 HMD글로벌 제품을 전시할 공간을 제공,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미국 정보기술(IT) 와이어드는 HMD글로벌 탄생에 대해 “노키아는 결국 다시 돌아왔다”면서 “시장은 노키아 휴대폰 죽음을 예측했지만, 노키아가 끝내 이를 거부한 결과”라고 말했다.

◇전략은

HMD글로벌 전략은 '분명한 시장 타깃'과 '폭넓은 제품 라인업'을 꼽을 수 있다.

지난해 1월 세계 시장에 모습을 드러낸 노키아 휴대폰은 같은 해 3분기 베트남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 5%를 기록, 상위권에 진입했다. 1위 삼성전자와 점유율 격차는 8배 이상이지만 시장 진출 1년이 채 안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100~200달러 저가형 스마트폰 판매가 주를 이루는 베트남 시장을 전략적으로 공략한 결과다.

1분기에는 노키아 휴대폰 브랜드가 인도와 유럽에서 각각 시장점유율 톱5에 랭크됐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HMD글로벌은 1분기 인도 피처폰 시장에서 7.3% 점유율로 4위를 차지했다. HMD글로벌은 신생업체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만큼 공격적이었다. 인도 현지에 공장을 설립하기 위해 폭스콘과 협의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인도 시장 피처폰 릴라이언스 지오 다음으로 노키아가 절정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베트남에서는 로컬 브랜드 점유율을 빼앗아오면서 빠르게 상승가도를 달렸다”고 진단했다.

카날리스는 HMD글로벌이 1분기 유럽 스마트폰 시장에서 160만대를 출하, 3.5% 점유율로 5위에 진입했다고 소개했다.
카날리스는 HMD글로벌이 1분기 유럽 스마트폰 시장에서 160만대를 출하, 3.5% 점유율로 5위에 진입했다고 소개했다.

카날리스는 1분기 HMD글로벌이 유럽 스마트폰 시장에서 160만대를 출하, 3.5% 점유율로 5위에 진입했다고 소개했다. 지난해 1분기 HMD글로벌은 시장에 존재하지 않았던 업체이기 때문에 몇% 성장률을 기록했는지 알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시장 진입자가 5위에 오른것은 현지 유통시장에서 차별화된 접근 방식이 주요했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평가했다.

HMD글로벌 베트남·인도·유럽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냈다는 것은 단말 라인업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았다는 점을 증명한다. 10만원짜리 피처폰에서부터 100만원을 호가하는 고가 스마트폰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을 지향한다. 베트남과 인도는 각각 저가형 스마트폰, 저가형 피처폰 판매량이 높은 지역이다. 반대로 유럽은 프리미엄 스마트폰 수요가 월등히 높다.

HMD글로벌은 최근 3개월 동안 꾸준히 신제품을 선보였다. 이달 출시를 앞두고 있는 노키아8110 일명 '바나나폰'은 네모반듯한 스마트폰에 실증을 느끼던 세계 소비자 눈길을 사로았다. MCW 2018 노키아 부스에서 가장 많은 참관객이 몰린 장소가 '바나나폰'이 전시돼 있던 곳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스펙 차이가 분명한 만큼 가격 경계도 확실하게 구분해야 한다는 것은 HMD글로벌 전략 핵심이다.

HMD글로벌이 올해 선보인 스마트폰(발표 예정 포함)은 △노키아7 플러스 △노키아6(2018) △노이카8 시로코 △노키아1 △노키아X6(2018)은 스펙 차이가 뚜렸하다. 램(RAM) 메모리 용량은 0.5GB부터 6GB까지 천차만별이다. 이달 발표하는 노키아X6는 아이폰X(텐)의 노치 디자인을 적용하고 1600만화소 듀얼카메라를 탑재하는 등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 트렌드를 계승했다.

◇장·단점은

'퍼스트 무버(시장 개척자)가 될 것인가, 패스트 팔로우(빠른 추격자)에 머무를 것인가'

전문가들은 HMD글로벌이 노키아라는 브랜드가 세계 시장에서 부활 신호탄을 쏘는데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고 평가했다.

HMD글로벌이 지닌 대표 장점으로는 '노하우'와 '민첩성'을 손꼽았다. 독립적이고 소규모 조직이기 때문에 의사결정이 빠르고, 시장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었던 것이 입지를 넓히는데 주효했다고 봤다. 여기에 노키아 휴대폰 사업 노하우를 접목,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삼성전자·애플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스마트폰 제조사와 어깨를 나란히 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은 그리 많지 않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측면에서는 상당히 빠른 시간에 시장 트렌드를 쫓아갔지만 'HMD글로벌 혁신'을 찾아보긴 어려웠다는 점을 한계로 지목했다. 신기술을 최우선으로 보는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노키아 휴대폰만의 뚜렷한 색깔을 찾진 못했다는 지적이다.

스마트폰 시장 전문가는 “팬택이 베트남 시장을 진출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다가 스마트폰 사업을 접었다는 것을 비춰보면 HMD글로벌은 상당히 빠른 속도로 입지를 넓혔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과거 노키아 휴대폰 브랜드 의존도가 지속되고 차별화된 기술력으로 승부하지 않는다면 명성이 아닌 악몽을 재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