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무 회장이 와병인 가운데 LG그룹이 4세 경영 체제를 위한 후계 구도 구축 작업에 착수했다. ㈜LG는 다음 달 임시 주주총회에서 구 회장 아들 구광모 LG전자 상무를 지주사인 ㈜LG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구 상무를 그룹 경영 전면에 내세우는 경영 체제 전환에 속도를 낸다.
㈜LG는 17일 이사회를 열고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대강당에서 6월 29일 임시 주주총회를 소집, 구광모 상무의 사내이사 선임 건을 논의하기로 했다.
구 상무 사내이사 선임은 병석에 있는 구 회장이 이사회에서 역할을 수행하는데 제약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사회에서는 주주 대표 일원이 이사회에 추가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있었다.
구 상무는 1978년생으로, 미국 로체스터공대를 졸업하고 2006년 LG전자 재경 부문에 대리로 입사했다. 이후 LG전자 국내외 사업장과 ㈜LG 경영전략팀을 거치며 경영 수업을 받았다. 2015년 상무로 승진한 뒤 그룹 미래 사업과 계열사 간 시너지 창출 등을 담당했다. 현재는 LG전자 B2B사업본부에서 ID사업부장직을 맡고 있다.
구 상무를 ㈜LG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것은 후계 구도를 사전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다음 달 임시 주총에서 이사로 선임되면 ㈜LG 이사회 멤버로 참여하게 된다. 이후 다시 이사회를 열고 구 상무의 그룹 내 역할과 직책 등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 상무 중심 경영 체제를 마련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그룹 내 위상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점쳐진다.
㈜LG 사내이사 구성에도 변동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는 구 회장과 하현회 ㈜LG 부회장, 김홍기 재경팀장(전무) 3명이 사내이사다. 다음 달 구 상무가 사내이사에 새로 합류하면 기존 사내이사진 가운데 한 명이 빠질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서는 김 전무가 빠지는 방안을 유력하게 보고 있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향후 LG그룹은 구광모 상무 중심 경영 체제 전환을 빠르게 준비할 것”이라면서 “구 상무를 그룹 경영 전면에 내세우기 위한 작업이 가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재계에서는 구본무 회장이 임기를 마무리할 경우 동생인 구본준 부회장이 그룹 책임자가 될 것이란 관측도 있었다. 그러나 그룹 내부에서는 다음 세대 장자인 구광모 상무에게 권한을 주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구 회장은 현재 병원에 입원해 있어 경영 활동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구 회장은 지난해 두 차례 수술을 받은 후 회복세를 보였다. 그러나 최근 다시 병세가 악화돼 서울 소재 병원에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