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년 동안 한국 경제를 이끌다시피 해 온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이 일자리 창출에도 크게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이 호황을 이어 온 만큼 당연한 결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를 당연하다고만 여기면 그나마 늘고 있는 일자리조차 감소로 돌아설 수 있다.
지난해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자(패널) 산업은 잘나갔다. 성장세는 가팔랐다. 고용도 확대했다. 후방산업인 장비업계 고용도 10% 이상 증가했다. 전자신문이 국내 상위 20개 반도체 디스플레이 장비업계 분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다. 국내 제조업 가동률이 9년 만에 최저인 70.3% 수준으로 떨어지고 취업자 수가 11개월 만에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크게 선전했다.
문제는 올해부터다. 반도체·디스플레이 호황이 계속될지 미지수다. 또 우리 뒤를 추격하고 있는 해외 경쟁국 등 외부 변수도 많다. 실제로 업계는 후방업계 고용 증가세가 올해를 기점으로 꺾일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다. 국내 디스플레이업계 투자가 올해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나마 반도체는 호황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지만 이 또한 낙관만 할 순 없다.
한국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이 경쟁력을 기를 수 있게 된 것은 기술 개발 지속, 정책 프로젝트, 인력 양성 등 과거 투입한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글로벌 경쟁 우위를 유지하려면 정부 관심이 필요하다.
오는 7월부터 300명 이상 사업체에 적용되는 주 52시간 근무제로 인해 최근 중소 제조업계는 직원 수가 300명이 넘지 않도록 고용을 조절한다고 한다. 직접 고용하기보다 단순 조립을 외주하는 방안을 모색한다. 직원 수가 이미 300명을 넘은 기업은 적용을 피하기 위해 일부 직원을 정리하거나 회사를 쪼개는 편법을 고민한다.
지금 잘나가는 산업 분야일수록 세심히 챙겨야 한다. 그들에게도 어려움이 있다.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을 때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일자리가 증가한다. 최소한 해외 경쟁국 수준의 정책 배려는 유지해야 미래를 담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