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구본무 회장은 임직원으로 20년, 회장으로서 23년 총 43년간 글로벌 LG를 위해 달렸다. 1995년 부친인 구자경 명예회장에 이어 3대 회장으로 취임했고, 당시 30조원 규모였던 LG그룹을 160조원 규모까지 성장시키는 구심점 역할을 했다. 선진 경영체제를 도입하고, 미래 사업 중심 사업 재편도 주도했다.
◇LG 위한 43년…그룹 성장 주도
구 회장은 1975년 럭키(현 LG화학) 심사과 과장으로 입사하며, LG에 첫 발을 디뎠다. 이후 20여년간 영업, 심사, 수출, 기획 등 다양한 실무 분야에서 경험을 쌓았다. 오랜 경영자 수업을 거쳐 1995년 2월, 그의 나이 50세에 LG 제3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그룹 수장으로서 구 회장은 '끈기와 결단' 리더십으로 명실상부한 '글로벌 LG'로 우뚝 세우고 '영속기업 LG' 기반을 탄탄히 마련했다.
LG그룹 매출액은 구 회장 취임 당시 30조원(1994년 말)에서 GS, LS 등을 계열분리하고도 160조원 규모(2017년 말)로 다섯배 이상 성장했다. 이 가운데 해외매출은 10조원에서 110조원대로 열 배 이상 비약적으로 신장하며, 그룹 성장을 이끌었다.
같은 기간 국내외 임직원 수는 약 10만명에서 약 21만명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이 중 약 8만여명이 200여개 해외 현지 법인과 70여개 해외 지사에서 근무한다.
LG그룹이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핵심 사업 위주로 사업을 재편하며, 선택과 집중을 한 것이 주요인으로 꼽힌다. 구 회장은 LG 사업군을 '전자-화학-통신서비스' 3개로 압축해 경쟁력을 높였다.
서울 마곡산업단지에 국내 최대 규모 융복합 연구단지 'LG 사이언스파크'를 완성하는 등 연구개발(R&D) 투자도 아끼지 않았다. 글로벌 인재를 만나는 자리인 'LG 테크노 콘퍼런스'에 매년 직접 방문할 정도로 인재에 대한 애착도 남달랐다.
◇대기업 최초 지주사 체제 갖추며 영속 기반 마련
구 회장은 경영체제와 기업문화 측면에서도 선제적 혁신을 추진했다. 지속 성장할 수 있는 기업 체질과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특히 국내 대기업 최초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고, 일체 잡음 없이 계열분리를 단행했다.
구 회장은 외환위기 후 경영시스템을 강화하기 위해 2003년 국내 대기업 최초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외환위기와 같은 위기 상황을 효과적으로 극복하기 위해서는 계열사 거미줄처럼 얽힌 순환출자로 인해 한 기업 어려움이 다른 기업으로 확산되는 지배구조를 바꾸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외자유치와 기업공개를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단계적 구조조정으로 기초체력을 쌓았다. 이후 LG는 1999년 말부터 지주회사체제로 전환 작업에 착수했다.
LG는 지배구조를 지주회사와 자회사간 수직적 출자구조로 단순화하고, 자회사는 사업에 전념하고 지주회사는 사업포트폴리오 등을 관리하는 선진적 지배구조 시스템을 구축했다.
구 회장은 지주사 체제로 전환을 마무리한 후 CEO들과 릴레이 미팅에서 “앞으로는 이전보다 더 적극적인 책임경영으로 자기 사업에만 매진해 달라”고 당부했다.
미래 경영환경에 대한 구 회장의 선견지명은 중장기적으로 LG가 지주회사 체제를 바탕으로 안정적으로 경영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미래 사업 준비도 박차
구 회장은 4차 산업혁명 등 세계 산업 지형이 빠르게 변하는 것에 맞춰 선제적 변화와 준비를 강조해왔다.
그는 2012년에 “지금 씨를 뿌리지 않으면 3년, 5년 이후를 기대할 수 없다”면서 “확신과 용기를 가지고 과감하게 미래에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전자-화학-통신서비스'라는 3대 사업 체제로 만든 뒤 새로운 신성장동력 확보를 주문했다. 그 결과 자동차부품,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에너지, 바이오 등 혁신사업을 육성하는데 힘을 쏟았다.
구 회장은 친환경 자동차 및 자율주행차 부품 등 자동차부품 분야를 2000년대 후반부터 미래 성장사업으로 선정하고, 계열사별 사업적 강점을 바탕으로 전문 분야를 육성하도록 했다.
또 대형 LCD 디스플레이로 세계 1위를 차지하던 2009년부터 미래 디스플레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OLED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를 집중 육성했다. 친환경 에너지 사업과 바이오 등 새로운 기회를 미리 내다보고, 그룹 차원에서 대비하는데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평소 구 회장은 “인공지능과 같은 4차 산업혁명 혁신 기술은 우리에게 익숙한 경쟁의 양상과 게임의 룰을 전혀 새로운 형태로 바꾸고 있다”면서 “새로운 기술을 제조업에 적극 접목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