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명의 사이버 펀치]<68>평화는 사이버 공간에도 필요하다](https://img.etnews.com/photonews/1806/1080055_20180611133828_445_0001.jpg)
지난 4월 판문점 선언에서 남과 북은 지상,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일체의 적대 행위도 하지 않기로 하고, 그 어떤 형태의 무력도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과연 모든 공간에는 사이버 공간도 포함되는가. 그 어떤 무력에는 해킹도 포함되는가. 그렇기를 바라지만 아무래도 희망사항에 지나지 않는다. 판문점 선언 어디에도 사이버 공격에 관한 내용은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북·미 정상이 12일 싱가포르에서 만난다. 한반도 비핵화가 쟁점이지만 최종 목표는 지구상에서 유일한 분단국인 한반도의 평화, 더 나아가 핵전쟁의 굴레를 벗는 것이다. 그러나 과거 세 번의 남북 정상회담은 물론 북·미 정상회담에서도 '한반도 비해킹' 논의는 발견할 수 없어 안타깝다. 사이버 공격 심각성을 미처 깨닫지 못한 탓이다. 이제라도 남과 북은 상대방 인터넷 시설과 사회 대상 사이버 공격 중단을 선언해야 한다. 물리력을 동원한 공격을 지양하면서 사이버 공격은 외면한다면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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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우리나라 방송사 대상 분산서비스공격(DDoS), 한국수력원자력 기밀 유출 사건 등 주범으로 지목돼 왔다. 우리도 북한 시설을 공격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적대 관계에서 사이버 공격 시도는 당연함에 비춰 볼 때 남북은 공동으로 사이버 공격 관련 일체의 행위에 책임이 있다. 특히 북한은 저비용으로 강력한 무기체계 무력화가 가능한 사이버 공격력 강화에 주력했다. 수만명의 사이버 전사를 양성하고, 우리나라 국방망과 방산 기업 해킹에 성공한 전력이 이를 증명한다.
판문점 선언 이후에도 북한의 해킹 시도는 끊이지 않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남북정상회담 이후 오히려 사이버 공격이 증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 해커 조직이 금융기관 및 공공기관 해킹을 주도했다는 정황도 포착되고 있다. 알려지지 않은 사이버 공격도 다수 있을 것으로 미뤄 국방, 외교, 금융 분야 등에서 치열한 사이버 첩보전이 전개되고 있는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가상화폐거래소, 금융기관이 우선 대상일 것이다. 사이버예비군 창설을 보류하고, 마치 사이버 평화가 보장된 듯 착각하는 우리 정부와 비교된다.
진정한 평화를 위해 '한반도 비해킹화'가 논의돼야 한다. 핵의 경우처럼 시설을 폐기, 파괴할 수는 없지만 협정과 감시를 통해 사이버 공격을 억제해야 한다. 판문점 선언의 모든 공간에 사이버 공간, 그 어떤 무력에 사이버 공격을 각각 포함시켜야 한다. 과거에는 사이버 공격이 인터넷상으로 제한됐지만 정보 사회 발전과 4차 산업혁명은 물리 형태 공간과 사이버 공간의 구분은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기승을 부리는 중국과 러시아 해킹 공격을 우려하는 이유다. 트로이목마 기반 악성코드 유입, 지능형지속위협공격(APT), DDoS뿐만 아니라 사회 기반 시설에까지 감행되는 공격은 거의 도발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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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협정을 계기로 남과 북은 해킹 기술을 공개하고, 보유한 정보 보안 기술을 산업으로 발전시켜서 공동 보안산업군을 형성하기를 제안한다. 세계 시장 진출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또 협상 결렬에 대비해 사이버 방어에 철저를 기해야 한다. 만에 하나 대화가 단절되면 사이버 공격이 극렬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 사이버의 적은 북한만이 아니므로 사이버 공간 방어는 필수라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국가는 어떠한 경우에도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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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명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tmchung@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