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근로기준법이 7월 1일부터 시행됨에 따라 연장 근로를 포함한 주당 최장 근로 시간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16시간 단축된다.
모든 사업장이 7월 1일부터 개정법의 적용을 받는 것은 아니다. 상시 근로자 수 300명 이상 사업장은 7월 1일, 50~299명 사업장은 2020년 1월 1일, 5~49명 사업장은 2021년 7월 1일부터 각각 단축된 근로 시간을 적용받는다. 법 개정으로 그동안 근로 시간 제한을 받지 않은 특례 업종도 대폭 축소됐다.
그런데 기대된 '저녁이 있는 삶' '일자리 창출'이라는 장밋빛 희망과는 달리 현장 곳곳에서 근로 시간 단축으로 인한 불만이 봇물 터지듯 터져 나온다.
중소기업은 근로 시간이 단축됨에 따라 과거 2교대 근무제를 3교대로 바꾸면서 임금도 삭감해야 하지만 임금이 감소되면 중소기업 지원자가 더욱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를 표한다. 특정 시기에 집중해서 근무해야 하는 게임업체 및 에어컨 공장, 밤새워 일하던 스타트업 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노선버스는 근로 시간 상한 적용을 받지 않는 특례 업종에서 제외되면서 더 이상 장시간 근로를 할 수 없게 된다. 연장 근로를 하지 못하는 만큼 버스기사 임금 감소는 물론 갑자기 대규모 신규 인력 모집도 쉽지 않아 불가피하게 노선을 축소해야 할 형편이다. 배차 간격이 늘어날 경우 직접 불편을 겪는 사람은 평소 버스를 이용하는 서민이다. 이 때문에 지난 5월 31일 국토교통부, 고용노동부, 자동차노동조합연맹, 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가 '노선버스 근로시간 단축 연착륙을 위한 노사정 선언문'에 합의해 내년 6월 말까지 버스를 유연하게 탄력 운행을 하기로 했다.
근로 시간 단축과 함께 가장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주제가 '탄력근로시간제'다. 탄력근로시간제란 특정일에 법정 근로 시간 8시간을 초과해서 근로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단위 기간이 2주 이내일 때는 취업 규칙에 의해 하루 평균 8시간, 1주 평균 40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근로 시간을 탄력 운용할 수 있다. 단위 기간이 2주를 초과할 때는 사용자가 근로자 대표와 서면 합의를 거쳐 최장 3개월의 범위 안에서 탄력근로시간제를 도입할 수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해 매출액 600대 기업 가운데 다음 달 1일부터 근로 시간을 단축해야 하는 업종 372개 기업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응답 기업 112개사) 근로 시간 단축을 연착륙시키기 위한 제도 보완 방안으로 57.1%(64개 기업)가 '탄력근로시간제 단위 기간 연장'이라고 답했다. 탄력근로시간제 단위 기간 연장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기업(64개사)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취업 규칙에 따른 단위 기간은 '현행 2주일에서 3개월'로 연장하자는 의견(64.1%), 노사 서면 합의에 따르는 단위 기간은 '현행 3개월에서 1년'으로 연장해야 한다는 의견(75.0%)이 각각 가장 많았다. 주요 선진국의 탄력근로시간제 단위 기간은 6개월 내지 1년 정도로, 우리나라 기업의 요구와 거의 일치한다.
개정 근로기준법은 부칙(제3조)에서 고용노동부장관은 2022년 12월 31일까지 탄력근로시간제 단위 기간 확대 등 제도 개선 방안을 준비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으로부터 정부도 탄력근로시간제 단위 기간 확대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2022년 12월 31일이라는 시점에 맞춰 단위 기간을 확대할 것이 아니라 당장 근로 시간을 단축해야 하는 기업에도 혜택이 가도록 가능하면 빠른 시일 안에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노사 간 서면 합의에 의해 업무의 시작 및 종료 시각을 근로자의 결정에 맡기기로 하는 선택근로시간제(현 단위 기간 1개월)도 탄력근로시간제와 연동해 단위 기간을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근로시간저축계정 등을 활성화해 특정 시기에 집중해서 일한 근로자에게는 법정 근로 시간을 초과하는 시간만큼 적치된 휴가를 부여해야 할 것이다.
조성혜 동국대 법대 교수 cho901@dongguk.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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