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부처간 벽 깨고 다시 한 번 중지 모아야

“중국이 쫓아온다. 부처를 넘어 의견일치가 중요하다.”

차세대 반도체 R&D 예비타당성 조사가 모두 떨어졌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업계와 학계에선 '중지를 모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쉽진 않겠지만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다시 한 번 범부처 공동 사업으로 기획을 시작해야 한다는 견해였다.

한 관계자는 “통상 예타를 한 번만에 통과하는 사례가 드물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낙방으로 너무 낙심하거나, 우리끼리 서로를 욕할 필요가 전혀 없다”면서 “다시 한 번 중지를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부처간 의견 일치를 위해 학계와 산업계 원로로 이뤄진 자문위원단을 구성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본인이 직접 경영이나 연구에 참여하지는 않지만 산업발전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존재감 있는 인물로 자문위원단을 꾸리면 중립적으로 기획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에서 재직했던 고경력자나, 지금은 은퇴한 반도체 분야 연구자 등이 적임자다.

한 대학의 교수는 “산업부, 과기정통부 두 곳 중 한 곳에 편향되지 않고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원로가 많이 있다”면서 “과거 국가 R&D 사업을 성공적으로 기획했던 분들 중에서 찾으면 된다”고 말했다.

내후년 예산에 반영하려면 늦어도 내년 4~5월에는 기획이 성공적으로 끝나 있어야 한다. 이번에 낙방한 예타 기획의 큰 그림은 작년 초부터 시작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지금 당장 새로운 기획에 들어가지 않으면 내년에도 쉽지 않다는 분석이 그래서 나온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액정표시장치(LCD)나 발광다이오드(LED)처럼 반도체 산업도 중국에 따라잡히면 우리 경제가 매우 힘들어진다는 견해와 이에 따른 R&D 필요성에 대해서는 누구 하나 부정하는 이가 없다”면서 “양 부처가 공동으로 사업 기획안을 짜임새 있게 만든다면 예산이 배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