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익편취 규제에도 대기업 내부거래는 오히려 '쑥'…공정거래법 고쳐 실효성 높인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대기업 총수일가의 사익편취를 금지하는 규제에 허점이 많아 실효성이 크게 떨어졌다. '규제 사각지대'에 놓은 대기업은 물론, 규제 적용 대기업마저 내부거래가 지난 수년간 계속 늘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현행 규제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 제도 보완에 나서기로 했다.

공정위는 2014년 2월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 시행 이후 4년 동안 대기업집단의 내부거래 실태 변화를 분석한 결과를 25일 발표했다.

사익편취 규제는 총수일가가 일정 비율 이상 주식을 보유한 계열사(상장사 30%, 비상장사 20% 이상)에 적용된다. 대기업집단의 다른 계열사가 이들 계열사에 부당하게 이익을 제공해 총수일가가 사익을 편취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공정위 점검 결과 사익편취 규제는 실효성이 크게 떨어졌다.

사익편취 규제 대상 회사는 규제 도입 후 일시적으로 내부거래 규모·비중이 줄었지만 이후 다시 증가 추세로 전환해 2017년에는 도입 전인 2013년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규제 도입 직전(2013년) 대기업집단 내부거래 규모는 12조4000억원(기업당 평균 800억원), 내부거래 비중은 15.7%였다. 규제가 도입된 2014년 규모는 7조9000억원(평균 500억원), 비중은 11.4%로 줄었다. 그러나 2015년 규모 8조9000억원(평균 600억원), 비중 12.1%로 늘어난 후 2017년에는 규모 14조원(평균 700억원), 비중 14.1%까지 확대됐다.

신봉삼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사익편취 규제 시행에도 불구하고 규제 대상 기업 내부거래가 늘어난데 대해 “원인은 알 수 없지만 규제에 대한 법 집행을 강화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사익편취 규제를 교묘하게 빠져나간 이른바 '규제 사각지대 회사' 역시 내부거래 규모·비중이 확대됐다.

총수일가 지분율이 29~30% 사이에 있어 '30% 규제'에 해당하지 않는 상장 계열사는 내부거래 평균 규모와 비중은 규제 도입 직전인 2013년 800억원, 15.7%였다. 규제가 도입된 2014년 평균 규모와 비중은 5000억원·20.5%로 늘었다. 이후 2015년 5000억원·21.4%, 2016년 8000억원·20.6%, 2017년 8000억원·21.5%로 집계됐다.

또 다른 규제 사각지대 회사(총수일가 지분율 20~30% 상장사, 규제대상 회사의 자회사 등) 역시 내부거래가 지속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현행 사익편취 규제는 일부 개선효과가 있지만 사각지대 발생 등 보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상장사에 대한 규제범위 차등화(총수일가 지분율 상장사 30%, 비상장사 20% 이상) 배경이 된 '상장사는 내부거래에 대한 감시·통제장치가 작동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그렇게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공정위는 이런 분석·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제도개선안을 마련, 다음 달 6일 열리는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특별위원회 기업집단분과 토론회에서 논의한다. 상장사 지분율 기준을 20%로 낮추는 등 사익편취 규제 대상을 대폭 확대하는 내용의 제도개선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