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애플이 스마트폰 디자인 특허 침해를 둘러싼 '7년 전쟁'을 끝내기로 합의했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2011년 4월부터 특허 소송을 벌여 왔다. 세부 합의 조건은 공개하지 않았다. 특허소송 취하 이후 합의 조건을 공개하지 않는 통상 관례를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양사가 종전 소송을 모두 취하하고 '같은 조건으로 다시 제소할 수 없다'는 조건으로 합의한 만큼 추가 소송 가능성을 일축했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27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북부지방법원에 디자인 특허침해소송 취하 의사를 전달했다. 루시 고 새너제이 연방 지방법원 판사는 “양측이 특허 분쟁 해결에 합의했다는 뜻을 알려왔다”고 밝혔다.
2014년 7월 미국을 제외한 한국, 독일, 일본, 이탈리아, 영국, 네덜란드, 프랑스, 스페인, 호주 등 다른 나라 법원에 제기한 소송을 취하하기로 한 이후 두 번째 합의다.
삼성전자는 “애플과 7년 동안 지속한 특허 분쟁을 끝내기로 합의했다”면서 “합의 이유나 세부 조건 등은 양사 모두 공개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정했다”고 말했다.
양사가 깜작 합의에 이르자 배경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7년 이상 지속된 장기 소송으로 양사 모두 인력 및 물자 소모가 적지 않고, 미래 불확실성에 대한 판단으로 합의를 선택한 것으로 추정된다.
IT 전문 매체 더버지는 “양사가 합의한 이유가 돈 문제만은 아닌 것 같다”면서 “앞으로 소송 지속에 몇 년이 걸릴 지 우려한 측면도 있어 보인다”고 풀이했다.
〃양사가 명분을 확보한 만큼 실리를 도모하기 위한 판단이라는 해석도 적지 않다. 애플은 1심에서 'UI 디자인 특허는 제품 전체나 다름없다'는 평결을 받았고, 삼성전자는 애플 디자인 특허를 견제할 수 있는 대법원 판결을 받았다.
소송 대상 스마트폰이 시장에서 유통되지 않는 상황에서 명분이 확보된 만큼 양사가 실리로 선회했다는 분석이다. 애플은 배상금을 받고, 삼성전자는 배상금 규모가 부담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는 관측이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소송을 지속할 만큼 여유로운 상황이 아니라는 점도 고려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양사 모두 화웨이, 오포, 비보 등 중국 제조사로부터 거센 추격을 받고 있는 만큼 소모성 소송을 지속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도 작용했다는 의미다.
양사 사업 구조도 일정 부분 영향이 있었을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경쟁 관계에 있지만 애플은 삼성전자로부터 부품을 조달하고 있다. 갈등보다 상호 '윈윈'을 도모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이 밖에도 양사가 다른 특허 분쟁을 시작했다는 점도 합의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애플은 모토로라, 삼성전자는 화웨이와 각각 특허 분쟁을 시작했다.
유철현 비엘티 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는 “애플과 삼성전자 모두 언제 뒤집힐지 모르는 소송을 무작정 지속하기에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면서 “기업 간 특허 소송은 최종 판결 이전에 합의하는 게 일반 형태”라고 말했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