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주요 구조체까지 건설폐기물을 재활용한 순환골재를 사용이 가능하도록 법개정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시민단체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순환골재 사용을 적극 장려해왔지만 유해성 논란과 부실 품질 문제가 활성화의 걸림돌로 작용해왔다. 이에 이번 개정안을 통해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겠다는 포석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순환골재 사용이 국민의 안전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사용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을 따르고 있다.
정부가 5월 16일 예고·고시한 ‘콘크리트용 골재 산업표준’ 개정안은 순환골재 용도를 콘크리트 구조체용 등까지 확대한 것이 주요 골자다. 사용 범위가 넓어지면서 아파트 기둥·보 등 중요 부분에도 순환골재가 사용되는 길이 열렸다.
순환골재란 건축물 철거 등에서 발생하는 건설폐기물을 선별· 파쇄 등의 일정 공정을 거쳐 재활용할 수 있게 만든 건설재료다. 정부는 천연골재 부족 현상과 건설폐기물 매립지 공간 부족, 환경오염 등 여러 문제가 제기되면서 순환골재 사용을 적극 장려해왔다. 천연 모래 채취는 해마다 줄어들고 반대로 건설 공사는 늘면서 골재 부족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현상이다.
정부는 산림골재 이용을 확대하고 필요할 경우 해외 모래도 수입하는 등 골재원 다변화 정책도 추진하고 있다. 바다골재 사용량을 평균 5%대인 선진국 수준으로 줄여나간다는 계획이지만 품질이 담보될 지는 미지수다. 해외 모래 수입의 경우 방역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순환골재 사용이 최적의 대안으로 꼽혀왔다. 해마다 생겨나는 수천만톤의 건설폐기물을 재활용할 수 있고 건축 비용도 대폭 절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순환골재 의무사용으로 예산을 대폭 아꼈다는 지방자치단체의 성공 사례도 잇따라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유해성 논란과 잦은 하자, 부실 등 품질 문제가 불거지면서 지금까지는 주로 산업단지 조성 등 관급공사에 순환골재 80% 이상이 사용돼왔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KS 개정을 통해 순환골재의 사용을 완화해 향후 시장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법 개정 이전에는 순환골재의 사용 용도가 구분된 상태에서 (순환골재의) 사용량도 30%로 제한하여 왔으나, 개정안은 용도를 없애고 사용량도 60%로 확대해 순환골재가 건설 분야에 빠르게 유입될 것이라는 이유에서이다. 특히 매년 수십만 호에 달하는 아파트 분양시장에 순환골재 사용이 많아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이에 대해 유해성과 안전을 염려하며 건축 전문가들과 시민단체들은 크게 반대하고 있다. 실제 순환골재 업체들의 건설폐기물 처리 능력이 높아졌다고는 하나 각종 이물질이 섞인 상태에서 재활용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시화호 매립장에서 물고기가 떼죽음 당한 것도 순환 골재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품질 문제가 불거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한 현재 계량 설비 등이 제도화 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용자가 건축에 순환골재를 60% 이상 사용해도 확인할 길이 없어 건물 수명이나 안전에도 문제가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폐목재, 폐벽돌, 폐콘크리트 등이 혼합된 건설폐기물로 순환골재를 만들어 양질의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힘든 상황이다"라며 “순환골재 사용 확대에 앞서 최소한 순환골재 상태를 구분하고 있는 일본 정도의 제도적 준비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분별해체제도 시행뿐만 아니라 순환골재 공업표준(JIS) 품질에 따라 순환골재를 3종으로 구분하고 있다.
순환골재가 KS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아파트 등 일반 건축물의 구조체에도 사용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므로 정부가 순환골재 사용 확대에 신중해야 한다.
전자신문인터넷 이종민 기자 (jongmin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