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이장주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장 "게임업계, 이제라도 목소리 내야”

[인사이트]이장주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장 "게임업계, 이제라도 목소리 내야”

이장주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장은 문화사회심리학박사다. 그런 그가 게임포럼, 학술대회, 콘퍼런스, 방송에서 더 많이 얼굴을 비쳤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장애를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판(ICD-11)에 질병으로 넣는 걸 막기 위해서였다.

WHO는 게임장애를 정신질환으로 넣었다. 게임을 다른 일보다 우선시했을 때, 게임이 삶에서 문제를 일으키나 멈출 수 없다고 느낄 때, 일이나 학교생활 등 타인과 관계에 괴로움을 줄 때다. 이런 행동을 최소 12개월 지속하면 게임장애로 규정한다. WHO는 현상이 존재하므로 연구를 위해 질병명을 등록해야 한다는 태도다.

이장주 소장은 “언뜻 일리가 있어 보이지만 기준이나 진단 도구가 없다”며 “학문적 연구나 검증이 안 됐는데 장애라고 하는 건 논리적, 과학적 허점”이라고 지적했다.

WHO 주장은 미국 등에서 정신 건강 장애 진단에 사용하는 '정신 장애 진단 및 통계 편람'(DSM-5)과 배척된다. DSM-5에는 '인터넷 게임장애'가 등록돼 있으나 공식 분류 전에 임상 연구와 경험이 더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이 소장은 “삼인성호(三人成虎), 실체 대신 현상을 만들었다”며 “실증 없이 현상 자체를 팩트로 주장하는 형상”이라고 설명했다.

게임장애 국내 적용은 2025년까지 보류될 전망이다. 통계청은 2020년 한국질병분류코드 개정 때, 국제질병분류 이전 버전을 적용해 당분간 질병으로 분류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시간은 아직 남아있다.

그는 “지금부터가 더욱 중요하다”며 WHO ICD가 권고사항인 만큼 대비하면 업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당사자인 게임업계는 무슨 일을 해야 할까. 그는 게임 자체로 무엇을 할 수 있는 단계는 이미 지났다고 주장한다. 정책 단계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이장주 소장은 “이제 정책 싸움 단계”라며 “업계는 정부에게만 맡기지 말고, 눈치 보지 말고 자기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셧다운제 때 게임업체는 수동적 태도로 일관했다. '중독·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 때도 그랬다. 당시에는 게임 사용자가 우군이었지만 지금은 사용자도 등을 돌렸다.

이 소장은 “기업이 신의를 잃어 고립됐다”며 “자사 제품 때문에 사용자가 정신질환자 취급을 받을지 모르는데 뒷짐만 지고 있다”고 적극적으로 입장표명해야 할 이유를 설명했다.

게임장애 이슈에 국회의원 12명과 한국게임학회, 한국게임산업협회, 한국모바일게임협회 그리고 게임개발자협회가 '대한민국게임포럼'을 만들었다. 이 소장은 정책제안자로 참여했다. 몇 차례 토론했지만 결과물을 도출하지 못했다. 업계와 여론은 원론적인 이야기만 반복한다고 지적했다.

이장주 소장은 “관계 기관과 업계를 중재하고 기준, 진단방법 마련 등 협의할 게 많은데 주체가 숨었다”며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가 해결에 적극적이지 않았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어 “보티첼리의 비너스는 와인창고에 처박혀 있다가 러스킨 눈 덕에 빛을 봤다”며 “게임을 바라보는 정책의 눈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