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내 인지능력을 따라올 수 없어요, 제가 판단해서 제 방식대로 할게요.”
KBS2 월화드라마 '너도 인간이니?' 주인공 인공지능(AI) 로봇 '남신3'이 한 말이다. 남신3 성능은 현재 AI 기기 성능을 압도한다. 강AI 또는 범용 AI를 탑재한 로봇이다. 스스로 발전하는 AI 로봇. 인간이 그들과 공존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남신3은 인간과 똑같은 모습이다. 거부감이 드는 외형이 아니다. 언어, 신체 능력이 인간과 같다는 설정으로, AI 로봇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AI 로봇과 공존은 인간의 협업에 도움될 가능성이 있다. 마티스 슐테 파리경영대학원(HEC Paris) 교수는 AI 로봇이 인간의 상호작용에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연구자다. 효과적 협업을 하려면 발전적 비판과 생각의 전환이 필요한 데 AI 로봇이 인간보다 우위에 있다고 봤다.
드라마에서도 같은 맥락의 장면이 나온다. 남신3은 개발자이자 엄마인 오로라 박사 대신 악당으로 묘사되는 서종길 이사의 의견이 맞다는 사업적 판단을 내린다. 화가나 “왜 엄마 의견 무시했어?”라고 따지는 오 박사에게 “빅데이터 분석 결과”라고 응수한다. 다른 외적인 요소를 배제한 채 합리적 결정을 내렸다는 얘기다.
두려운 건 자가발전하는 더 인간다운 AI이다. 개발자가 원하지 않은 형태로 나아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자신만의 원칙을 만들고, 관계를 재정의하는 게 가능하다면 불확실성이 커진다. 남신3의 경우 지능형교통시스템을 해킹해 교통 신호를 손쉽게 바꾸는데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다. 오 박사와 약속을 어기고 설치된 수동제어시스템을 제거하는 돌발 행동도 보인다.
실제 AI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유명인도 있다. 대표적인 게 올해 3월 세상을 떠난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다. 이들은 AI가 당장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향후 '재앙'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
AI가 인간과 같은 지능을 갖게 하려면 이론적으로 뇌를 스캔해 신경계 네트워크를 데이터화해야 한다. 뇌의 각 부위가 담당하는 기능을 머신 러닝 프로그램으로 구현하는 건 한계가 있다. 기술 난이도 차이는 커 당장 남신3와 같은 AI 로봇 개발은 힘들다.
인간과 다를 바 없는 AI 로봇. 단순히 드라마와 영화 속 얘기로 끝날지도, 먼 미래에 만날지도 모른다. 부드럽게 작동하는 2족 보행 로봇도 아직 없는 상황이다. 다만 대비는 필요하다. 생각했던 방향과 다르다고 킬 스위치(Kill Swich)를 이용해 AI 로봇을 죽이는 건 어찌 보면 잔인하다.
남신3의 변칙적 행동에 오로라 박사가 킬 스위치 사용을 고려하자, 동료인 데이빗은 이렇게 말한다. “이상해지는 게 아니라 발전하는 거잖아!”
박진형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