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필자는 모호해진 산업간 경계 속에서 모든 것이 연결되고 지능적인 사회로 진화해가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새로운 접근방식으로써 사람 중심의 문제해결 방법인 디자인 싱킹을 이야기했다.
디자인 싱킹은 구글, 애플, 페이스북 같은 세계 유수 기업들이 빠르게 활용하고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 디자인스쿨(D스쿨), 하버드대 및 매사추세츠공대(MIT)를 비롯한 세계 주요 대학들도 디자인 싱킹을 교육하고 다양한 문제 해결 프로젝트를 통해 현장에 적용한다. 디자인 싱킹은 과연 무엇이며, 우리는 이를 어떠한 관점으로 바라봐야 하는가.
디자인 싱킹을 논하기 전에 언어 차원에서 '디자인(Design)'이라는 단어를 우선 생각할 필요가 있다. 디자인은 사전 의미로 '주어진 목적을 조형으로 실체화'하는 것으로, 의도·구상·계획 등을 뜻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 의식을 기반으로 한 추상 개념의 디자인은 보통 '생각을 디자인하다' '미래를 디자인하다' 등으로 활용된다. 이렇게 내면으로 의도한 것(디자인) 외에도 실행(디자이닝)하는 과정과 이를 통해 창조되는 모든 외면 결과물(디자인된 결과물)까지도 우리는 모두 동일하게 '디자인'이라고 일컫는다.
즉 디자인 개념은 생각하는 것에서부터 실행하고 만들어 낸 결과물까지 다양한 위치에서 여러 영역으로 활용될 수 있다. 이에 따라서 우리는 '디자인' 어원 개념에 사람의 '사고(싱킹)'를 더해 사람 중심으로 공감하고 통찰함으로써 새롭게 문제에 접근하는 사고방식으로 디자인 싱킹을 이야기할 수 있다.
(사람의 사고에 대한 부분은 향후 좀 더 논의하도록 하자.)
디자인 싱킹은 1950년대 창의력 개발과 더불어 1960년대 새로운 디자인 방법 개발 요구를 통해 문제를 창의 해결하는 특정한 접근법으로 인식하면서 시작됐다.
1962년 영국 런던에서 '공학, 산업디자인, 건축 및 커뮤니케이션 분야 체계적이고 직관적인 방법에 대한 콘퍼런스'를 계기로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디자인 싱킹에 관한 책이 출간됐다.
미국 심리학자이자 노벨경제학자 수상자인 허버트 사이먼 교수는 '인공물 과학(1969년)'에서 '디자인' 개념을 단순히 미학적 관점이 아닌 '기존의 상황을 더 나은 상태로 개선하는 사고방식'으로 정의했다. 하버드 대학의 피터 로우 교수는 '디자인 싱킹(1987년)'을 통해 건축과 도시계획에 중점을 둔 접근법을 발표했다.
2000년대 들어 로저 마틴(경영학 교수), 대니얼 핑크(미래학자), 팀 브라운(IDEO 회장) 등에 의해 디자인 싱킹은 산업 측면에서 기업의 혁신 경쟁력으로 발전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디자인 싱킹을 구체화되고 이미 알려진 문제의 측면을 분석하는 과학 접근 방식과 대조되는 것으로 봤다. 다양한 맥락의 관점에서 융합 지식과 경험을 통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습득하는 문제 해결 프로세스로 인지하게 됐다.
최근 디자인 싱킹은 기업뿐만 아니라 정부, 지역 공동체, 학교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문제 해결 창의 과정으로 적용·활용되고 있다. 앞에서 말한 디자인 싱킹 개념과 흐름에 더해 필자는 네 가지 측면에서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첫 번째 사람 중심 관점이다. 디자인 개념 본질은 사람 의도에 기반한다. 디자인 싱킹을 이야기할 때 생각의 의도를 나타내는 주체인 '사람' 중심 관점은 필연이다. 이는 좀 더 넓은 의미로 보면 사회 동물인 인간(사람)과 주변 환경 맥락을 통해 더 나은 사회로의 변화, 즉 사회 혁신까지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 모호성에 대해 자유로운 관점이 필요하다. 디자인 싱킹은 현재 상태를 좀 더 나은 미래로 변화시켜 가는 과정이다. 이에 따라서 디자인 싱킹 과정에는 항상 기존 지식과 경험 체계를 넘어 이전에 겪어 보지 못한 미래에 대한 새로운 도전과 시험이 요구된다. 필자가 만난 D스쿨 래리 라이퍼 교수는 “디자인 싱킹은 대단한 아이디어(빅 아이디어)가 아니라 엄청난 기회(빅 오퍼튜니티)”라고 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놀라운 아이디어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모호한 상황 자체를 즐기고 변화하고자 하는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더 나은 삶,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 그가 바라보는 디자인 싱킹이었다.
세 번째 상상하는 것을 미리 만들어 보는 것이다. 추상 개념을 구체화하고 시각화하는 것은 방법을 떠나 관점과 경험이 서로 다른 사람들이 상호작용하는데 중요한 매개체로 작용된다. 이에 따라서 저렴하지만 빠르게 구체화한 결과물(시제품)을 만들어 내고 반복하는 디자인 싱킹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더욱 다양한 협업과 연계를 가능하게 한다.
마지막으로 모든 것은 리디자인된다는 것이다. 허버트 사이먼의 “디자인은 현재를 좀 더 개선하고자 하는 활동”이라는 말처럼 변화와 혁신은 언제나 사람의 필요에 따라 움직였다. 즉 현재 상황은 개선된 과거 산물이며, 개선된 미래는 또 다른 현재가 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서 현재 상황과 맥락, 대상(사람) 의도에 따라 미래는 매 순간 변화(리디자인)되기 때문에 이러한 관점에서 디자인 싱킹은 현재에서 미래로 변화하는 전체를 아우르는데 유용한 접근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다.
필자가 바라보는 디자인 싱킹 본질은 바로 '사람 중심으로 기존 것을 새롭게 바라보고 시도하면서 함께 변화해 가는 것'이다. 1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본질에는 변함이 없다. 다만 이유와 방향이 다를 뿐이다.
김태형 단국대 교수(SW디자인 융합센터장) kimtoja@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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