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을 인지하는 기술의 기준점은 사람입니다. 사람만큼 이후에는 사람 이상으로 인식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계속된 연구로 인체를 뛰어넘는 기술을 개발하겠습니다.”
이주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프로세서연구그룹 박사는 CPU프로세서, 이동통신 모뎀을 비롯해 다양한 반도체 분야에서 활약한 반도체 칩 설계 전문가다.
최근에는 사람에 비견되는 수준으로 인지능력을 갖춘 시각지능 칩을 개발했다.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모든 물체를 학습해 사람 수준으로 인식하게 하는 기반을 마련했다.
칩은 크기가 성인 손톱 절반만한 수준이지만 성능은 강력하다. 초당 33회 사물을 인식한다. 기존 칩은 초당 1회만 가능했다. 칩 신경연산 속도도 기존 대비 10배나 빠르다.
기술 핵심은 두뇌 신경연상 모사다. 기존에는 사물이 가진 표면 질감이나 테두리와 같은 특징점을 추출해 해당 사물이 무엇인지 가려냈다. 반면에 이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딥러닝 학습을 토대로 신경망이 대상 정체를 자동으로 찾아내게 했다.
그는 “기존보다 더 빠르면서 적은 전력을 사용하는 칩을 개발했다”면서 “이 칩은 시각지능을 이용하는 다양한 기기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칩은 감시 카메라나 자율주행차에 활용할 수 있다. 다양한 기기나 장치에서 주변 상황을 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게 한다.
연구에서 어려웠던 점은 이 모든 것을 칩 하나로 구현하는 일이었다. 시각지능을 구현하는 기술은 많았지만 이를 하나의 온전한 칩으로 구현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박사가 관련 연구에 나서게 된 것은 뇌를 모사하는 기술 개발에 관심을 가지게 됐기 때문이다. 본래 마이크로프로세서나 D램 메모리 같은 연구를 했으나 뇌를 모사할 때 더 큰 성능을 낸다는 것에 주목해 이번 연구에 뛰어들었다.
그는 “사람 두뇌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고, 기술로 활용해 기존 영역을 발전시킬 수 있는 분야도 많다”고 말했다.
현재 가지고 있는 목표는 시각지능 칩으로 '상황 이해'을 구현하는 것이다. 사람이 광경이나 이미지를 인식하는 것은 주의 집중, 모양인식, 추출, 상황 이해 총 4단계다. 이 가운데 세 번째 단계까지는 기술로 구현 가능하지만 보이는 것에서 정보를 얻은 것을 넘어 상황을 이해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칩으로 상황 이해가 가능해지면 새로운 '엣지컴퓨팅' 시대를 열 수 있다. 엣지컴퓨팅은 클라우드나 서버와 같이 외부에서 해오던 분석 업무를 센서와 같은 말단 영역에서 구현하는 것이다. 사물인터넷(IoT) 기술 발전 핵심이다.
이 박사는 “말단에서 분석과 상황 이해가 가능한 기술을 개발한다면 시각지능 활용도를 극대화할 수 있다”면서 “기술 개발로 우리나라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