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통 끝 합의 'DTC 규제개선', 연내 적용 물 건너 갔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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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와 산업계가 진통 끝에 합의한 소비자 직접 의뢰(DTC) 유전자 검사 개선안이 석 달이 지나도록 후속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당초 계획인 연내 시범사업 실시도 물 건너가 내년을 기약할 처지다. 정부 혁신적 규제개선 의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25일 정부기관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3월 합의한 'DTC 유전자 검사 제도개선' 방안은 연내 시범 적용이 불투명하다. 첫 단계인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심의가 시작조차 못해 추후 일정은 예상하기 어렵다.

DTC 유전자 검사는 개인이 병원 의뢰 없이 민간 기업에 검사를 직접 받는 것이다. 2016년 6월 30일부터 혈당·혈압·피부노화 등 12개 검사항목, 46개 유전자에 대해 민간 유전자검사 기업이 직접 수행하도록 관련법을 개정했다. 업계는 수요가 높은 질병예방, 관리 영역이 제외됐다며 검사 항목 확대를 지속 요구했다. 작년 말 의료, 산업계, 학계로 구성된 DTC협의체를 구성, 11차례 논의 끝에 합의점을 도출했다. 종전 12개 검사항목에서 최대 157개까지 늘어난다.

보건복지부는 합의한 내용 바탕으로 4월 공청회를 개최했다. 그러나 후속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다. 법 개정 위해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하는데, 위원회가 구성되지 않았다. 지난달 5기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가 출범했지만, 전문가위원회 구성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당초 복지부는 △5월 중 국가생명윤리위원회 심의 △6월 임시국회 개정안 처리 및 시범사업 추진 △8월 시행규칙 개정 고시 등으로 계획을 세웠다. 첫 단계에서 논의조차 못하면서 후속조치는 한 발자국도 떼지 못했다.

복지부는 내달 중 국가생명윤리위원회 전문위원 구성을 완료하고 바로 심의 절차에 들어간다는 입장이다. 9월 중 심의를 완료해 연내 법 개정 절차를 마무리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당초 단순 허용항목 확대를 위한 고시 개정을 추진하다가 검사실 인증제 등 추가 제도 마련을 위해 법 개정으로 확대되면서 계획보다 일정이 길어졌다”면서 “연내 법 개정 작업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지만, 그 후 일정은 예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산업계는 정부 규제 개선 의지에 의문을 갖는다. 합작사 설립, 신규 서비스 개발, 마케팅 등 DTC 허용 확대에 따라 막대한 투자를 한 상황에서 속만 태운다.

산업계가 제안한 DTC 허용 개선안(자료: 한국바이오협회)
산업계가 제안한 DTC 허용 개선안(자료: 한국바이오협회)

유전자 분석 기업 관계자는 “법 개정 논의도 협의체 논의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나왔던 내용이고, 작년 말 활동이 종료된 국가생명윤리위원회 구성이 아직도 안됐다는 게 이해할 수 없다”면서 “시범사업 후 본 사업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은데, 결국 정부 규제개선 의지가 부족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올해 안에 예상됐던 시범사업은 내년 초가 유력하다. 시범사업은 의료계가 합의를 전제로 요구한 DTC 검사실 인증제를 설계하고 효과를 검증하는 목적이다. 인증제 설계, 인증기관 지정 등 시범사업 전 단계에서만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인증제 마련과 동시에 시범사업 수행, 결과 분석, 본 사업 시행까지는 최소 1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한국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정밀의료 구현과 국가 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DTC 시행은 불가피하다”면서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현장을 방문해 의료기기 규제개선 중요성을 발표했는데, 수십 년간 발목 잡힌 DTC 분야에서도 혁신적 규제개선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자신문 CIOBIZ]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