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준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A' 시리즈에 트리플 카메라를 도입한다. 화면상에서 지문을 인식하는 디스플레이 지문인식 기술 탑재도 추진하고 있다. 트리플 카메라와 디스플레이 지문인식은 삼성이 갤럭시S10(가칭)에 접목하려는 신기술이다. 이를 보급형 모델인 갤럭시A 시리즈에도 확대, 적용하려는 것은 중저가 스마트폰 경쟁력을 크게 강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신기술 도입은 최근 글로벌 하드웨어개발팀장으로 복귀한 박길재 부사장이 총괄해 주목된다. 박 부사장이 사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공격적 행보를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차기 갤럭시A 시리즈에 트리플 카메라를 도입하기로 하고 개발 과제를 시작했다. 트리플 카메라는 카메라가 3대인 걸 뜻한다. 광각이나 망원 등 특성이 각기 다른 3대의 카메라로 다양한 사진 촬영을 지원하고 사진 품질을 개선하는 목적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A 시리즈 중에서도 단일 모델이 아닌 복수 모델에 트리플 카메라 적용을 준비하고 있다.
삼성은 여기에 화면 위에서 사용자 지문을 판별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 지문인식 기술을 갤럭시A 시리즈에 탑재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 출시 예정인 갤럭시S10에 초음파 방식이 적용되는 것과 달리 갤럭시A 시리즈에는 광학식 기술이 검토되고 있다. 광학식은 광원을 쏴 지문 표면 굴곡에 따른 빛의 반사 정도(음영)를 측정해 지문의 이미지를 획득하는 기술이다.
트리플 카메라와 디스플레이 지문인식 모두 최신 기술이다. 삼성은 자사 플래그십 모델인 갤럭시S10에 두 기술을 넣으려 준비 중이다. 화웨이나 오포 등 다른 회사들도 플래그십 모델 일부에 한정 적용하고 있다. 지문인식 속도나 촬영 기능 등 성능 측면에서 일부 차이가 있겠지만 플래그십 모델에 도입되는 신기술이 A시리즈에도 거의 동시 접목되는 것은 기존에 보기 힘들었다. 그 만큼 삼성이 중저가 스마트폰 경쟁력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런 움직임은 최근 개발 임원이 교체된 후에 나타나 주목된다. 삼성은 지난 6월 1일자로 무선사업부 구미 사업장에서 글로벌 생산과 기술을 책임지던 박길재 부사장을 글로벌 하드웨어개발팀장으로 발령냈다. 글로벌 하드웨어개발팀은 갤럭시S와 노트 시리즈를 제외한 중저가 모델 개발을 총괄하는 곳이다.
박 부사장 인사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중국 방문 후에 이뤄져 더 관심을 모았다. 이 부회장은 지난 5월 중국 스마트폰 매장에서 샤오미 제품 등을 살펴본 뒤 중국 스마트폰이 비슷한 품질을 내면서도 가격이 낮은 이유에 대해 관심을 가졌고, 이에 대책 마련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는 이 부회장의 중국 방문을 기점으로 삼성이 개발, 구매 전략을 대폭 수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부품 업체 관계자는 “갤럭시 노트7 발화 사건 이후 안정을 이유로 삼성이 신기술과 신규 부품 채택을 꺼려왔던 게 사실”이라며 “중저가 제품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개발 및 구매 전략도 변화가 불가피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전략 변화가 차기 스마트폰 개발에 반영된 것이란 설명이다. 삼성은 구매에 있어서도 가격경쟁력 확보를 위해 중국산 부품을 적극 채택하는 쪽으로 방침을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은 앞으로 더 공세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최근 삼성전자 스마트폰은 판매가 신통치 않다. 플래그십 모델은 '바뀐 게 없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부진하고 중국, 인도, 동남아 시장을 개척할 중저가폰 역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개발 임원을 교체한 건 조직에 긴장감을 주면서 사업 경쟁력을 제고하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