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정상회담 이후 비핵화 진전이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북핵 폐기와 비핵화 로드맵이 속도를 내지 못한다면 미국과 북한 간 이견이 노출되고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 논란이 일 것이다.
한국과 미국 모두에서 강온 대결 양상이 다시 벌어질 수 있다. 결코 우리 국민이나 세계가 바라는 상황이 아니다. 비핵화를 위한 인내심이 필요하다. 비핵화를 위한 인내심이란 결코 흔들리지 않는 대화 노력, 국제 사회와 함께 강력한 압박 제재 체제를 병행 유지하는 것이다. 인내심과 함께 한반도 비핵화와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과제가 두 가지 있다.
첫째 남남 갈등 해소다. 수십년 동안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남북관계가 냉온탕을 오가면서 첨예한 대립이 지속됐다. 대북 정책을 둘러싼 국론 분열은 북핵 폐기를 비롯한 대북 전략의 일관성을 상실, 국제 사회와 연대에 신뢰를 떨어뜨렸다.
북한의 오판과 도발을 부추긴 측면이 크다. 핵을 두고 국론이 분열돼 있는 이상 우리는 북한을 설득도, 제압도 할 수 없다.
둘째 한·미 동맹 강화다. 경제 부문 중국 비중이 커지면서 반면에 안보 부문 미국의 역할과 비중이 소홀히 되는 측면이 있다. 한·미 관계는 정권 성격에 따라 영향을 받았다. 여야 간, 진보와 보수 간 대립 요소로 작용했다.
정치권은 입을 모아 안보에 여야, 진보·보수가 따로 없다고 말하지만 현실은 명확하게 따로 존재한다. 안보는 협치 대상이 아니라 정권의 전유물로 독점됐다.
여야 합의에 의한 안보 협치 모델이 절실하다. 대화와 제재 압박은 병행될 수 있다. 대화나 제재 압박 가운데 하나만의 선택을 강요할 필요는 없다. 대화도 소중하고 튼튼한 군사적 안보도 절실하다.
북핵 폐기와 비핵화를 위해서는 1987년 민주화 운동 이후 그동안 전개된 수십년 냉전 진영 논리와 타성을 벗어던져야 한다. 외교안보통일의 공통분모를 만들어야 한다.
가능성이 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활동을 하면서 여야 대립으로 평행선을 달리는 와중에서도 확인한 것이 있다면 여야 모두 한반도 비핵화, 북핵의 평화로운 해결, 북핵 해결을 위한 대북 제재와 압박에 동의한다는 점이다. 북한과 대화를 지속 추진하되 국민 모두가 안심할 수 있는 튼튼한 안보 시스템을 구축하면 여야 안보 협치 모델을 찾을 수 있다.
안보 협치 모델의 토대는 한·미 동맹 신버전에서 시작돼야 한다. 북핵 현실화에 따라 한·미 동맹 관계는 재정립돼야 한다. 한·미 동맹 신버전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을 개정하고 한미핵공유협정을 체결하는 것으로, 안보 시스템의 제도 및 구조의 진일보를 의미한다.
현행 한미상호방위조약은 한반도 유사시 미국의 자동 개입 조항이 없다. 이를 개정, 자동 개입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 북한과 중국의 조중우호조약에는 전쟁 발발 시 중국의 자동 개입 조항이 있고,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간 북대서양조약에도 자동 개입 조항이 있다.
한·미 간 자동 개입 조항은 한국의 군사 방위력을 한층 강화시킬 것이다. 한미핵공유협정은 군사 수단으로 북한 핵을 사실상 무력화시킬 뿐만 아니라 핵무장과 전술핵 재배치를 주장하는 보수 진영을 이해시키고 진보 진영의 한반도 비핵화 원칙도 지켜 줄 수 있다.
한·미 동맹에 기초한 튼튼한 안보 위에서 대화를 추진한다면 국민 어느 누구도 북한과의 대화를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정치다. 한·미 동맹 신버전은 미국의 동의 없이 불가능하다. 양국 간 신뢰 제고와 미국을 설득하기 위한 지속 노력이 요구된다. 한·미 동맹 신버전은 안보 협치 모델로, 정치권의 대타협이 필요하다. 모두 정치 영역이다.
한국 정치는 안보에서 지지층을 겨냥한 정략 발언 및 행보를 보여 왔다. 한국 정치가 낡은 관성과 타성을 버리지 못한다면 안보 협치 모델은 결코 만들어지지 않는다.
북핵과 안보 문제는 늘 국민 관심사와 정치권의 대립 쟁점이었다. 이제는 합의 쟁점으로 바꿔야 한다. 국민 누구도 전쟁을 원치 않으며, 북핵의 평화로운 해결을 원하기 때문이다.
대화와 안보도 정치가 바뀌면 합의될 수 있다. 안보 협치 모델과 한·미 동맹 신버전은 우리의 비핵화 의지를 북한에 보여 줘서 한반도 비핵화를 앞당기는 튼튼한 토대가 될 것이다.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 ltk63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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