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연구개발(R&D)을 넘어 실제 상품 기획 역량 강화를 위해 전사 차원으로 상품기획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한다. 조성진 부회장 지시에 따라 각 사업본부 상품기획 담당자들이 새로운 기획 프로세스를 마련하기 위해 모였다. 의류관리기 신시장을 개척한 '스타일러' 같은 새로운 혁신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상품 기획 단계부터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올해 상반기부터 '전사 상품기획 역량향상 TF'를 가동했다.
올해 초 LG전자 사업본부별 상품전략 보고회 이후 조 부회장 지시로 출범했다. 상품 기획 역량에 따라 제품력과 시장에서 성과가 달라지기 때문에 상품 기획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당시 조 부회장은 브랜드 전략을 잘 세우고 상품 기획부터 제대로 해야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TF에는 가전을 담당하는 홈어플라이언스&에어솔루션(H&A) 사업본부, TV를 담당하는 홈엔터테인먼트(HE) 사업본부, 스마트폰 사업을 하는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 사업본부 등에서 상품 기획 현업 책임자들이 참여했다.
LG전자는 상품 기획 분야를 획기적으로 강화하자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사업본부와 관계없이 상품 기획 단계에서 필요한 전사 차원의 표준화 프로세스 정립을 TF 운영 목표로 정했다. 제품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해 상품 기획에 공통 적용할 검증된 절차를 만들자는 것이다.
LG전자 제품 가운데 상품 기획 성공 사례로는 스타일러가 첫손에 꼽힌다. 소비자 수요 파악, LG전자 강점, 시장 상황 분석 등이 잘 이뤄진 제품이기 때문이다.
2011년에 처음 출시된 스타일러는 매일 빨 수 없는 옷을 깨끗하게 관리하고 싶다는 소비자 니즈를 충족시켰다. 스타일러에 들어가는 기술은 세탁기 스팀, 냉장고 온도 관리, 에어컨 기류 제어 등 LG전자가 기존에 강점이 있는 각종 가전 기술을 융·복합해 구현했다. 이를 통해 시장에 없던 의류관리가전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 스타일러가 시장에 반향을 일으키면서 코웨이가 의류청정기를 선보였고, 삼성전자도 조만간 의류관리기를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거란스와 톈쥔 등 해외 업체도 스타일러를 모방한 제품을 내놓았다.
반면에 상품 기획을 잘못한 제품은 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예를 들면 지난해 LG전자가 선보인 '공중 부양 스피커'는 신기하다는 측면에서 주목을 받았지만 실제 판매는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상품 기획 단계에서 정교한 표준 프로세스를 정립하면 업무 효율을 높이고 시행착오 과정에서의 시간 손실도 줄일 수 있다”면서 “LG전자가 TF 운영을 통해 상품 기획 표준 프로세스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