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암호화폐 이어 해외송금 스타트업도 '주홍글씨' 낙인....줄도산 위기

정부 인증을 받은 기업이 자금조달 금지 기업으로 묶인 데에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현행법 때문이다. 법이 시장을 따라가지 못했다.

정부부처간 법률 개정이나 변경시, 제대로 된 협의 없이 진행됐다는 말이기도 하다.

기재부 라이선스를 받은 기업이 금융기관으로 분류돼 벤처캐피털(VC) 투자를 못 받는 일은 현행법이 소관 부처별로 제각각 운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모태펀드, 한국벤처투자펀드 등 준거법인 벤처기업육성에관한 특별조치법(벤특법), 중소기업창원지원법(창지법)은 소액해외송금업체를 금융실명법에 의거 금융기관, 즉 투자제한 업종으로 분류했다.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입법예고됐지만, 2019년 1월 국회 통과시 7월부터 발효된다. 그마저도 해외송금업체의 금융기관 지정 현행 법을 풀수 있는 개정이 별도 논의돼야 한다.

해외송금업체가 글로벌 시장 등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다. 20여개 기업은 은행 대비 수수료를 대폭 낮춘 핀테크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대대적인 사업 확대를 진행 중이다.

인프라 투자 등이 필수지만 법조항 하나로 모든 것이 묶였다.

벤특법과 창지법 제정 취지와도 어긋난다. 정부 라이선스 획득 기업이 오히려 주무부처 법에 묶여 투자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 기업 뿐 아니라 VC 등 투자기관도 어이없어 하는 상황이다.

일부 해외송금 기업은 주무부처인 중기부에 유권해석 등을 통해 투자를 받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법리 문제인 만큼 어쩔 수 없다는 답을 들어야 했다.

한 법무법인 관계자는 “현행 창지법 등의 입법 취지는 중소기업 창업투자사가 핀테크 기업에 투자를 허용하는 것이 골자인데, 이와는 정반대 현상이 발생했다”며 “근본 해결책은 현행 벤특법과 창지법 시행령을 조속히 개정하고. 금융기관의 주식 취득 금지 항목까지 풀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률 상충으로 우수 핀테크 기업의 글로벌 사업에도 제동이 걸렸다. 해외 송금 사업은 국가간 송금 인프라를 선점하고, 해외 고객 확보 유무가 핵심이다.

일부 기업은 투자 받은 자금으로 CS센터 확충과 해외 인프라 확대 등 세부 계획까지 잡아놓았지만, 법 규제에 가로막혀 자포자기 상태에 빠졌다.

그러는 사이 싱가포르, 호주 등 후발 송금 기업이 대규모 투자를 받아 사세를 확장하고 있다.

한 해외송금 기업 관계자는 “핀테크 기술을 활용한 다국적 해외송금 스타트업이 해당 정부 지원 아래 막대한 투자를 받아 사업을 확장 중”이라며 “이대로 가다간 블록체인 분야와 함께 해외송금 산업도 고사될 위기”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업계는 지금이라도 정부부처간 현행 법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유관 법규 개정이 어렵다면 유권해석과 금융당국 비조치의견 등을 통해 샌드박스 형태의 예외규정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혹은 해당 법규가 개정될 때까지 기재부 소액해외송금업 취득 기업에 한해 VC투자가 가능하도록 '창업투자회사 등의 등록 및 관리 규정'을 우선 인정하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현행 중기부가 고시한 창투사 관리 규정에는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이 인정해 고시하는 업종이란 기업의 IT관련 업무 수행으로 인한 매출액이 해당 기업 총매출액의 100분의 50 이상이면서 한국표준산업분류상 그 외 기타 금융지원 서비스업에 해당하는 기업은 자금지원 행위를 할 수 있다'고 명기했다. 이 역시 기존 벤특법, 창지법에는 위배되는 항목이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