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계에 황사 바람이 거세다. 최근 중국에서 셧다운제와 게임총량제가 도입되면서 중국 게임사들이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고 있다. 자국 내 규제로 활로를 찾지 못한 중국 게임사와 국내 대형 퍼블리셔 간 이해 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중국 게임사가 몸값을 낮춰 협상 테이블에 앉으면서 황사 바람이 태풍으로 변모하고 있다.
11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넥슨, 넷마블, 카카오게임즈 등 국내 대형 게임 퍼블리셔들이 중국 내 소싱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하반기 들어 중국 주요 업체와 접촉, 게임을 수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업체는 중국 전담 인력을 늘렸다.
대형 게임업체 관계자는 “제작을 완료한 고품질 게임 중심으로 협상하고 있다”면서 “내년에 한국 진출 중국 게임이 크게 늘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넥슨과 넷마블 관계자는 “중국 안에서 좋은 게임을 찾는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최근 강력한 게임 규제 정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앞으로 온라인 게임 총 개수를 통제하고, 신규 온라인 게임 등록을 제한한다. 상반기부터는 국내외 게임을 불문하고 신규 판호(유통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8월 텐센트가 서비스하는 온라인게임 '몬스터헌터:월드' 서비스도 중단시켰다.
표면상으로는 근시 예방 등 청소년 보호를 이유로 들었지만 해외 유입 문화를 통제하고 자국 인터넷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의도로 분석된다.
위정현 중앙대 교수(한국게임학회장)는 “중국은 2~3년 전부터 꾸준히 한국을 표적으로 공략하며 시장 노하우를 쌓았다”면서 “자국 판로가 막힌 상황에서 1순위로 한국 공세가 강화된 것은 자연스럽다”도 말했다.
중국 게임 한국 진출은 최근 급증했다.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한국 구글플레이 스토어에 출시된 게임 가운데 중국 게임은 2016년 상반기 52개에서 2017년 상반기 68개로 31% 늘었다. 2017년 한국 진출 중국산 모바일게임 총량은 136개로 2016년보다 22개 많았다.
매출 상위권에 드는 횟수도 늘었다. 올해 상반기에만 '뮤오리진2' '라그나로크M' '삼국지M' 등 중국 게임이 한국 구글플레이 매출 10위 권에 입성했다. 원스토어 경우 매출 가운데 약 40%가 중국 게임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게임업계에 따르면 텐센트는 올해 상반기에 한국 진출을 추진했다. 지사로 운영하고 있는 법인과 별도로 직접 게임 퍼블리싱 등 사업을 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이 프로젝트는 현재 중단됐다. 게임사 관계자는 “현지 문제가 정리되면 다시 한국 진출 계획이 가동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 게임 한국 진출을 바라보는 국내 게임업체 시선은 복잡하다. 대형 게임사 관계자는 “최근 2~3년 동안 한국 게임 생태계에서 우량 개발사와 그렇지 못한 개발사가 정리돼 국산 게임 가짓수가 적어진 상태”라면서 “대형 퍼블리셔 입장에서는 고퀄리티 중국 게임을 싼 값에 가져와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위 교수는 “중국 게임 국내 진출이 느는 것은 장기로 볼 때 한국 게임 생태계 자생력을 해치게 될 것”이라면서 “스타트업이나 국내 개발사에 투자해야 할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시소 게임 전문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