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와 이동통신 서비스 사업자, 휴대폰 판매점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이통사는 당초 10일 시행하려던 '사전승낙제 운영기준(철회요건 및 위반행위별 제재기준) 일부 변경'을 잠정 연기했다. 사전승낙뿐만 아니라 개인정보보호 위반 제재 강화에 판매점이 반발,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와 한국이동통신판매점협회를 비롯한 유통점 대표는 방통위 주재 회의에도 불참했다. 사전승낙 규제와 민간단체에 의한 제도 운영에 대해 법적 근거를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으면 회의에 참석할 수 없다는 게 판매점 입장이다.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이 명시한 사전승낙제는 대리점의 판매점 선임을 이통사가 승인하는 제도다. 그러나 제도 운영과 승낙철회 등 제재는 이통사가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에 위탁, 자율로 운영하면서 판매점과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판매점은 단통법 원안은 물론 시행령에 사전승낙 철회 혹은 거래중지에 대한 내용이 없다고 주장했다. '사전승낙서 미게시에 따른 과태료(법 제22조)'가 전부인데도 운영기준을 변경, 제재를 강화하는 것은 문제라고 비판했다.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가 이통사로부터 제도를 위탁·운영하는 것도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개인정보보호협회(OPA)를 통해 폰파라치와 유사한 개인정보보호 신고포상제(건당 30만원) 운영을 시작한 것 역시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관계자는 “민간단체를 앞세워 규제하는 것은 근거가 없는 행위로, 민간단체 수익을 높이기 위한 행위로 밖에 볼 수 없다”면서 “이들 횡포에 중소 유통망은 힘들어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사전승낙제 운영은 이통사 자율로, 간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사전승낙제 운영기준 변경도 보고만 받았을 뿐 간여한 게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전승낙제 운영기준 근거를 명확히 하고 이통사와 판매점 간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방통위가 일정 부분 개입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민간 자율에 의한 제도 개선, 권한 부여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판매점 역시 방통위가 전면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현 상황에서는 갈등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
앞서 이통사는 지난달 말 KAIT를 통해 사전승낙제 운영기준을 일부 변경해 10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변경 기준은 지원금 차별지급 등 '중대한 위반 행위' 최초 적발 시 제재를 기존 '경고 및 시정 조치'에서 '거래중지 15일'로 강화했다.
또 '매우 중대한 위반 행위'인 '개인정보보호 관련 위반 행위' 제재 대상을 세분화했다. '중대한 위반 행위'와 '중대성이 약한 위반 행위'에도 개인정보보호 관련 세부 위반 행위를 신설, 제재할 수 있도록 했다.
안호천 통신방송 전문기자 hca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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