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정상회담] 남북 의회 교류, 시작부터 '삐걱'…회담 불발

우리측 정당 대표단과 북한 최고인민회의 지도자 간 만남이 불발됐다. 남북 의회 교류협력을 위해 당초 계획됐던 공식 일정이 정당 대표단의 일정 착오로 어이없게 무산됐다. 1시간가량 정당 대표단을 기다리던 북측 인사는 유감을 표명했다.

[평양정상회담] 남북 의회 교류, 시작부터 '삐걱'…회담 불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정동영 민주평화당,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18일 오후 3시30분부터 평양 만수대 의사당에서 안동춘 최고인민회의 부의장 등을 만나 회담을 가지려 했다. 만수대 의사당은 1948년 최고인민회의 회의장이다. 북한의 주요 정치행사와 국가회의 개최 장소다.

북측에서는 안동춘 최고인민회의 부의장과 리금철 조선사회민주당 중앙위 부위원장, 림룡철 조국통일위원회 민주주의전선 중앙위 서기국 부국장 등이 대기했다. 최고인민회의는 입법권을 행사할 수 있는 북한 최고 주권기관이다. 국회 기능을 한다. 지역별로 대의원(국회의원)을 뽑아 연 1회가량 운영된다.

안동춘 부의장을 비롯한 북측 관계자는 오후 3시20분께부터 회담장소 앞에서 도열했다. 면담 시간이 지났음에도 정당 대표단이 도착하지 않자 북측 관계자들은 “조금 늦어지는 것 같다. 남측 대표단 출발이 늦는 것 같다”며 앉아서 기다렸다.

오후 3시50분이 넘어가면서 북측 관계자들 사이에서 약간의 동요도 발생했다. 면담시간을 30분 넘긴 오후 4시가 되자 일부는 우리 취재진에게 “이런 경우가 어디 있느냐.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면담 대기 시간을 포함해 1시간 가량 정당 대표단을 기다리던 안동춘 부의장은 취재진에 “수고했다”고 말을 건넸다.

정당 대표단이 이날 면담장소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으면서 이날 남북 의회간 교류협력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남북간 의회 차원의 교류협력 활성화 방안, 남북의회회담 추진이라는 대화도 무산됐다.

문희상 국회의장의 친서도 전달되지 않았다. 제4차 MIKTA 국회의장회의 참석차 인도네시아 발리를 방문 중인 문 의장은 최태복 최고인민회의 의장에게 남북의회회담을 제안하는 친서와 함께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적은 휘호를 족자로 만들어 보냈다.

정당 대표단은 '일정에 착오가 있었다' '일정을 재조정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고려호텔에서 취재진을 만나 “일정을 재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일정에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 그 시간에 정당 대표끼리 간담회를 했다”고 설명했다.

남북 의회의 교류협력 증진은 훗날을 기약하게 됐다. 분단 이후 남과 북의 첫 정치 지도자간 회담이라는 기대 속에 준비됐지만, 시작부터 잡음이 컸다. 국회의장단을 비롯한 원내 2~3당 대표가 불참하면서 '반쪽짜리'라는 지적도 나왔다.

청와대는 평양 방문 전 국회의장단과 5당 대표에게 동행을 요청했다. 민주당과 평화당, 정의당만 수락했다. 교섭단체인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거부하면서 청와대와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국회와 최고인민회의의 위상이 다르다는 비판도 있었다. 최고인민회의가 조선로동당이 결정한 국정 전반을 추인하는 거수기 역할에 그친다는 주장이다. 야당 관계자는 “유신시대 거수기 역할을 했던 통일주체국민회의와 유사한 기구를 우리 국회와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여당은 나라마다 의회 위상이 다른 점은 인정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여당 관계자는 “국회가 중국에 가면 전국인민대표회의가 파트너가 된다”면서 “전국인민대표회의는 구성과 권한이 국회보다 더 막강하고 공고하다”고 전했다.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는 입법권은 물론 사법권과 최고 임면권, 최고 결정권도 가진다. 국가주석 등 지도자도 선출한다.

안영국 정치 기자 ang@etnews.com

·평양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