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수시로 받는 '경제성적표'가 있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각종 지표다. 요즘 가장 신경 쓰이는 성적표는 고용동향, 산업활동동향, 소비자물가동향, 인구동향, 가계동향조사일 것이다. 해당 지표는 일자리, 생산, 소비, 물가, 출생, 소득분배 등 경기 전반에 걸친 상황을 보여 준다.
최근 성적표는 대부분 낙제 수준이다. 8월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3000명 늘어난 2690만7000명에 그쳤다. 실업자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이래 가장 많았다. 7월 출생아 수는 전년 대비 8.2% 줄어든 2만7000명에 머물렀다. 7월 설비투자는 전월보다 0.6% 줄어들며 다섯 달째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4분기도 우울한 성적이 예상된다. 일자리, 출생아, 투자 지표는 지금보다 악화할 가능성도 있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우리나라 올해 성장률 전망을 3.0%에서 2.7%로 대폭 낮췄다. 정부 전망치(2.9%)보다 낮은 수준이다.
지표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 단기간에 개선이 어려운 일자리·출생아 문제는 더욱 그렇다. 정부 역시 같은 판단이다. 다만 '개선은 되는지', '개선된다면 언제인지'를 가늠할 수 없다는 게 문제다.
김 부총리는 최근 페이스북에 “지표와 통계가 설명해 주지 못하는 일반 국민의 어려움이 크다는 게 무거운 무게로 다가왔다”고 적었다. 솔직한 평가다. 국민은 지표 악화의 고통을 현실에서 더 크게 피부로 직접 느낀다.
'소득 주도 성장'을 주축으로 한 J노믹스도 3개월만 지나면 햇수로 3년 차에 접어든다. 이제는 성과를 보여 줘야 한다. 필요하다면 정책 수정도 해야 한다. 시간은 많이 남지 않았다. 국민이 '낙제점 성적표'를 언제까지나 용인할 수 없다는 사실은 김 부총리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