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녀가 부모 신용카드로 몰래 모바일 게임 내 결제를 이용했다면 부모와 플랫폼 사업자가 절반씩 책임이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플랫폼 사업자인 구글 책임을 인정한 첫 판결이다.
수원지법 민사3부(부장 양경승)는 A씨가 구글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구글이 A씨에게 90만9000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2015년 10살이던 아들에게 모바일 게임 아이템을 사줬다. 이후 아들은 신용카드 정보가 저장되는 구글플레이 시스템을 이용해 25차례에 걸쳐 181만여원 어치 게임 아이템을 A씨 몰래 구매했다.
A씨는 신용카드대금 청구를 받은 후 결제 사실을 알았다. 구글에 결제 금액을 돌려달라고 했지만 구글은 이를 거절했다. A씨는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피고는 결제 시스템을 이용한 고객 신용카드 정보가 무단 사용되지 않도록 관리할 의무가 있다”며 “계정 이용자와 신용카드 명의인이 다르고 미성년자인 경우 신용카드 정보를 새로 입력하도록 하는 방법 등으로 무단 사용되지 않도록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과실로 미성년자인 원고 아들이 신용카드를 부당하게 사용하도록 했다”며 “피고 주의의무 위반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다만 신용카드 소유자 A씨도 자녀 지도, 교육 의무를 게을리한 과실이 있다고 보고 구글 과실을 50%로 제한했다.
국내서 플랫폼 사업자에게 아이들이 부모 동의 없이 구입한 상품에 대해 환불을 명령한 건 처음이다. 미국에서는 작년, 아마존이 이전 5년간 부모 동의 없이 구입된 앱에 대해 7000만달러를 환불했다. 워싱턴주 서부지구 법원은 수원지법과 마찬가지로 안전장치 마련에 소홀했다는 근거로 판결을 내렸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