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우리나라 기업의 표준 활동은 이미 만들어져 있는 국제 기준에 맞춰 빠르게 제품을 생산하는 '패스트 팔로어' 전략에 주력한 것이 사실입니다. 이제는 전기전자 분야에서 우리 기업이 국제표준을 주도하는 '퍼스트 무버'로 전환해야 합니다.”
권봉현 LS산전 전무(CTO·최고기술책임자)는 '2018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 부산총회'를 맞는 감회가 남다르다. 권 전무는 2000년대 초반부터 국제표준에 관심을 두고 회사 내는 물론 대외 표준화 활동에 주력해온 인물이다.
권 전무는 “우리가 국제표준화 활동에 참여해 얻는 이득보다 참여하지 않았을 때 치러야 하는 비용이 훨씬 더 크다”며 “IEC 부산총회를 계기로 전력계통은 물론 전기전자 산업 전반의 표준화 활동에 대한 관심이 커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권 전무는 국제표준의 중요성을 몸소 체험한 경우가 한두번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1990년대 중반부터 미국과 유럽 시장 진출을 위해 노력했지만, 국제표준 지식 부족으로 좌절한 경우가 많았던 탓이다. 제품을 개발하고 1차 샘플을 보냈지만, 국제 표준에 맞지 않는다는 판정으로 재시험과 설계 변경 등 시행착오를 수없이 겪었다.
권 전무는 “표준에 대한 이해와 참여가 부족했던 것이 수출에 큰 걸림돌이 됐지만, 2000년대 들어 국제표준화 활동에 참여하면서 그런 문제가 많이 줄었다”며 “결국 수출로 먹고 살아야 하는 우리나라 기업에게 국제표준화 활동 참여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권 전무는 최근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전력계통 기술 진화에 대응하기 위한 해법도 표준에서 찾았다.
그는 “최근 글로벌 전력산업은 직류(DC) 전원과 재생에너지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고, 계통도 일방향에서 양방향으로 진화하는 패러다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스마트공장과 제조혁신 기술의 상호호환성 문제도 결국 표준에 의해 성패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한 대응이 LS산전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전력산업 패러다임 변화와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상호 호환성을 확보하기 위해 표준활동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다.
권 전무는 우리나라 기업의 표준화 활동도 산업 발전에 맞춰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전에는 선진국이 만들어 놓은 표준에 맞춰 제품을 만들고 가격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해 표준을 이해하고 적용하는데 초점을 맞춘 것이 사실”이라며 “이제는 세계 4위 전기전자 제조국 위상에 맞춰 차세대 표준 분야에서 새로운 룰을 만드는데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IEC 부산총회가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 전무는 “IEC 부산총회는 100여개 세션과 2만여명에 가까운 세계 표준 전문가 활동을 우리 안방에서 조망할 수 있는 훌륭한 무대”라며 “보다 많은 기업이 표준과 IEC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양종석 산업정책(세종) 전문기자 jsyang@etnews.com
-
양종석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