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기득권'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법률 용어인 기득권은 '특정한 자연인, 법인, 국가가 정당한 절차를 밟아서 이미 차지한 권리'라는 뜻이다. 이 말이 최근 자주 들리는 이유는 기득권과 새로운 이해관계 간 충돌이 잦기 때문이다.
카카오 카풀 서비스 도입을 놓고 택시업계가 파업이라는 강수를 두면서 반발했다. 기득권 충돌 대표 사례다.
기자는 몇 년 전부터 미국 출장을 가면 택시 대신 우버를 이용한다. 전시회가 끝나고 수많은 사람이 택시 승차장에서 기다릴 때 조금 떨어진 우버 정류장으로 걸어가면서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예약하면 곧바로 차가 도착한다. 운전자에게 목적지도 자동 전달되고, 결제도 앱에 등록된 카드로 처리돼 편리하다.
국내에서는 논란 끝에 우버 서비스 도입이 좌절됐다. 택시 업계를 비롯한 기득권층 반대 때문이다. 카풀 역시 신선한 서비스지만 많은 논란을 겪으면서 도입에 차질을 빚고 있다. 묘한 것은 여론조사 등을 보면 수요자인 국민은 70% 이상이 카풀 서비스가 필요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득권에 혁신 서비스 도입이 가로막힌 것은 차량 공유나 카풀만이 아니다. 원격 의료는 20년 가까이 도입 불허 상태에 있다. 숙박 공유 등 다른 공유경제 비즈니스 모델도 기득권과 충돌하면서 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회는 변화하면서 발전한다. 정체된 곳에는 발전이 없다. 이미 역사를 통해 수없이 증명된 명제다. 마차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자동차 속도를 제한한 '적기조례'처럼 기득권은 변화를 가로막는다.
혁신 전도사를 자처하는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올해 초 연임하면서 한 “변화의 길목마다 기득권이라는 장벽이 대단히 견고하게 자리 잡고 있다고 느낄 때가 많았다”는 말이 새삼 가슴에 와 닿는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